[Why] "자신을 100% 파악하라 자격증·경험 활용 전략 짜라 연습한 티 내지 마라"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입력 : 2010.10.15 16:06
취업준비생, 고3 수험생, 기업 CEO까지 '면접 코칭' 받는다는데…
입사 후 적응력 중요 기업마다 치밀한 면접…
국정원은 면접이 최대 고비… 안보 관련 기사는 꼼꼼히
"면접에 임할 때 가장 걱정되는 본인의 단점이 뭐라고 생각해요?"
"음… 말할 때 고개가 약간 비뚤어지는 거…, 가만히 있을 때 입이 벌어지는 거요."
"외형이 약간 비뚤어졌어도 알맹이가 꽉 찬 '상품'이 잘 팔릴까요, 외형은 반듯한데 속은 헐겁고 맛은 맨송맨송한 상품이 잘 팔릴까요?"
"알맹이 꽉 찬 거요."
"이미지 연출? 면접 행동법? 진짜 부수적인 거예요. 학생의 단점, 내가 알아맞혀 볼까요? 긴장하면 목소리에 자신감이 사라지는 거, 대답할 때 몇 초간 머뭇거리는 버릇. 왜 그럴까요?"
"……."
"'나의 장단점'을 10가지 이상 술술 말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을 100%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테헤란로는 요즘 면접 코칭 중
취업준비생에 대한 면접 상담이 한창인 이곳은 서울 테헤란로에 자리한 한국인성컨설팅 사무실. 대기업 임원 컨설팅이 주업무이지만, 취업시즌인 요즘 여기저기서 취업면접 문의 요청이 쇄도한다. 이곳만이 아니다. 한국코치협회를 비롯해 한국코칭센터, 아시아코치센터, CMOE 등 메이저급 코칭업체들이 포진한 테헤란로가 요즘 면접 코칭으로 뜨겁다.
찾아오는 사람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면접 까다롭기로 유명한 대기업 취업 준비생, 면접 비중이 높은 대학을 지망하는 고3 수험생, 대중 앞에 많이 나서야 하는 유명인사들, 기업 CEO에 이르기까지. 일회성 이미지 컨설팅, 혹은 면접행동법이 아니다. MBTI 적성검사로 시작해 이력서, 자기소개서부터 일일이 점검한 다음, 기업이 제시할 다양한 면접 공략에 대응하는 전략을 짠다. 비용도 1회(90분)에 30만~50만원대로 만만치 않은 수준.
주로 테헤란로에 자리한 코칭·컨설팅업체들을 찾는 이유는 업체 대표들이 주요기업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데다 대기업 면접 채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관여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표들은 입학사정관 교육을 담당하고 있어서 고3 수험생들을 둔 부모들의 공략 대상이 된다. 한국인성컨설팅 노주선 대표만 해도 SK텔레콤, KT, 웅진그룹, 교보생명 등 주요 기업들의 면접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고 자신이 직접 면접관으로 활동한 경험 때문에 면접코칭이 쇄도하는 경우다.
◆직종별 기업별로 전문화되고 치밀해지고
코칭 열풍의 원인은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까다로워지는 면접 방식 때문이다. '감색 수트에 똑 떨어지는 말솜씨' 정도의 이미지 메이킹만으로는 면접 장벽을 넘을 수 없다는 얘기. 한국인성컨설팅 이현주 이사는 "이른바 '스펙'만으로는 변별력을 갖기 힘들고, 입사 후 적응력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기업마다 치밀한 면접 방식을 통해 '날것' 그대로의 인성을 파악하려고 기를 쓴다"고 전했다.
실제로 면접장에서는 일대일 면접, 그룹면접, 프레젠테이션은 물론 갖가지 신종 게임까지 등장해 지원자들을 '시험'한다. "일명 '비즈니스 시뮬레이션 게임'은 딜레마 상황을 주고 그걸 지원자들이 어떻게 풀어가는지 관찰하는 거죠. 풀어가는 과정에서 리더도 나오고, 공격적 성향, 포기하는 성향이 다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을 세워준다는 설명.
특화된 직장에 들어가려는 이들도 코칭업체를 찾는다. 국정원, 기무사 등 정보 관련 직종 지원자들만 따로 모아 지도하는 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국정원 면접시험(지난 15일)에 대비하려는 필기시험 합격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 해 지원자가 1만명에 이르는 데다 최종 합격자의 3~4배수로 면접생을 뽑는 국정원에서는 면접이 당락을 결정 짓는 최대 고비이기 때문. '2010 국정원 합격 가이드북'(배움)의 공동저자인 민진규 소장은 "정보 수집이 주 업무인 만큼, 국가 안보 관련 기사를 얼마나 따라잡고 있는지 등을 비롯해 국가관과 직업관, 업무 스트레스를 견뎌낼 능력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질문에 대비할 수 있도록 조언한다"고 전했다. 카메라 테스트 훈련은 하지 않는다. 연습했다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다.
◆카메라 테스트? 연습한 티 내면 감점
노주선 대표는 "무수한 자격증, 자원봉사 경험을 무턱대고 늘어놓는 것은 오히려 감점요인이 된다. 그런 경험들이 내가 지원한 업무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본 외우듯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달달 외우는 훈련은 삼가야 한다. "눈을 약간 위로 뜬 채 표정 없이 대답만 줄줄줄 암기하는 모습이 면접관들을 짜증 나게 한다"는 것이다.
고3 수험생들에 대한 처방은 약간 다르다. "공손히 문 여는 법, 면접관들에게 눈 맞추는 법을 가르치지요. 흔히는 '가장 착해 보이는 면접관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하라'고 일러주는데, 특히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아이들에게는 '네가 면접관을 테스트하고 네가 학교를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하라면서 배짱 키워주는 코칭부터 합니다."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