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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되고 조직의 권위가 사라진 이 때에 많은 조직에서 내부고발이 빈발하고 있다. 물론 모든 내부고발이 긍정적이다고 하거나 부정적이다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조직이 큰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다. 사실 내부고발이라는 개념이 있기도 전부터 내부고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왔고, 내부고발에 관련된 강의를 하면서 건전한 내부고발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받고 스스로 고민을 하기도 하였다.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해답은 내부고발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어떻게 조직을 정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우선 조직의 부정행위가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관행적으로 하고 있는 업무라도 편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것이 아닌지 파악해야 한다. 영업∙마케팅 부문을 예를 들어 보면 허위∙과장 광고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객에게 허위정보를 제공하였는지, 제품의 리콜 범위를 숨기거나 축소하지 않았는지, 고객에게 보상해야 하는 것을 누락하거나 축소하였는지, 경쟁업체와 가격이나 공급량 등을 담합하지 않았는지,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수수, 접대, 향응을 받지는 않았는지, 기업의 중요 영업 비밀 및 제품정보를 사유화하지는 않았는지 등이 해당된다.

기업의 영업 마케팅 부문뿐만 아니라 인사, 재무, 연구개발, 홍보, 법무, 보안 등 모든 분야에서 조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행위가 무엇이 있는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부정행위는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의 공조직, 사조직에서 근무해보고 컨설팅 및 자문을 하면서 파악한 것을 보면 최소한 수십 가지 형태의 부정행위가 아무렇지도 않게 발생하지 않는 조직은 없다는 것이다. 경영진이나 조직원의 입장에서는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그렇게 한다고 하기도 하고, 조직에 충성한 대가로 누리는 작은(?) 권한이라고 항변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모두가 명심해야 할 점은 조직의 부정행위가 장기적으로 조직의 경쟁력을 갉아 먹어 종국적으로 조직을 파멸의 길로 몰고 간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부정행위를 점차로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다. 과격한 사람들은 부정행위를 한꺼번에 일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겠지만 이렇게 할 경우 조직의 반발이 거세져서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경영진의 입장이나 직원의 입장에서 기업의 생존에 필요한 이윤을 조금이라도 더 창출하려는 노력을 가볍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담합을 하거나 뇌물∙향응을 받는 행위 등 실정법을 위반하는 명백한 부정행위를 먼저 적발하여 처벌을 한다. 그리고 나서 기업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객에서 보상을 적게 하였거나 리콜의 범위를 축소한 것 등의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사실 이러한 정책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므로 기업 경영진에게도 유리한 결정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부정행위가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서 일상적으로 통제되고 모든 직원들이 윤리경영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기업은 개인들로 구성되고, 각 구성원들은 정년이 되거나 또는 자의에 따라 조직을 떠나게 된다. 이들이 떠난 빈자리는 새로운 직원들로 충원된다. 따라서 한번 잘 정립된 기업문화라고 하여도 새로운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으로 학습을 시키지 않으면 단절되게 된다. 조직을 구성하는 직원들이 다양한 경력, 학력, 가치관을 가졌기 때문에 아무리 선진화된 조직문화를 잘 가르쳐도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또한 학습에 대한 개인차가 존재하여 일정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보완해주는 것이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이다. 결론적으로 조직의 부정행위는 점차적으로 줄여나가야 하고 정화된 조직문화를 오랫동안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조직의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8 4 17 삼성 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다. 99일 간의 수사와 유능한(?) 인력들이 차출되어 한 수사로 보았을 때 결과가 많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어찌되었던 특검의 수사는 끝났고, 이제 법원의 재판절차만 남은 셈이다. 이번 특검은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로 이어졌고 수사 내용의 대부분은 그가 제기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김용철 변호사 자신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를 변절자로 매도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그를 의인으로 추켜세우기도 한다. 세간의 평가가 어찌되었건 간에 그는 스스로 내부고발자의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가장 잘 체험하였으리라 생각된다. 이제 긴 여정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므로 내부고발자와 검찰,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 서 있었던 삼성 조직의 수습전략을 알아보자.

 

먼저 내부고발자인 김용철 변호사는 이제 이슈의 중심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사회정의구현과 법질서확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과 가족들의 인생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였으면 한다. 물론 이번 수사결과가 자신이 주장한 의혹들이 석연치 않게 해명된 측면이 있어 억울하고 어이없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이제 판단의 몫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특검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김용철 변호사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였거나 정황위주의 진술을 함으로써 증거의 질이 떨어졌고, 본인이 관여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다는 비난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내부고발자가 진정으로 사회정의나 조직발전을 의도하였다는 느낌을 국민들이 갖지 못하였던 것도 특검이 상식을 벗어난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한다.

 

아쉬운 점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모든 일에 명분을 얻는 것인데 김용철 변호사는 내부고발의 많은 요소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한가지를 가지지 못한 것이다. 명분에 관련된 간단한 사례를 하나 들면 조선시대 세조가 어린 조카인 단종을 폐하고 왕위를 찬탈하자 집현전 신하들이 단종복위를 기도하다가 발각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죽은 이들을 사육신으로 부르는데, 그 중 박팽년이 있었다. 그는 양녕대군과 오랜 지기였고, 양녕대군도 그의 재능과 사람됨됨이를 높이 사서 살려주고 싶어하였다. 그래서 그에게 너는 나의 신하로서 내가 주는 녹봉을 받았는데,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가?”하고 묻게 되는데, 박팽년은 당신이 준 녹봉은 내 집 곳간에 가면 그대로 쌓여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 세조가 신하들을 시켜 확인하여 보니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고 한다. 박팽년은 세조의 준 쌀을 한 톨도 먹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그의 행동은 반역이 아니라 오히려 천륜을 어긴 세조를 처벌한다는 명분을 찾았고, 그 명분에 따라 죽음을 택하였으므로 그를 충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두 번째 삼성이 조성한 비자금으로 떡값을 받고 관리를 당하였던 검찰 등 집단이다. 검찰도 내부고발을 당한 핵심조직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검사로서 재직하면서 혹은 퇴직하여 삼성의 변호사로 검찰의 고위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고 각종 수사청탁을 한 것이다. 물론 이번 특검에서 이런 혐의는 전부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실제로 검찰이 받고 있는 혐의가 없다고 믿는 국민은 소수일 것이고, 진실을 검찰 내부와 로비의 대상이었던 고위 검찰간부들이 더 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검찰 내부도 스스로 정화해야 할 것이다. 의혹이 사실이던 아니던 검찰 조직 내부의 치부가 드러난 만큼 이번 기회에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을 재정비하고 직원윤리를 확립하고 내부감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검찰조직의 생명은 정의로운 법의 집행과 공정성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획득하지 못하면 현재의 권력이 아무리 강하다 하여도 조직의 운명과 명예는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일등기업인 삼성의 대책이다. 이번 수사에서 일부 고위급 전∙현직 임원들이 조직적으로 범죄행위를 하였고 기소처분을 받았다. 불구속 기소를 한 이유가 유능한 경영진을 구속하게 되면 기업경영에 차질이 와서 국민경제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삼성 경영진도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특히 허수아비 특검에서조차 배임행위로 결정된 행위는 두 번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특검에서 무혐의로 결정을 내준 사안들에 대해서도 내부 조직정비와 업무프로세스 재정의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삼성의 일반직원들이 많이 동요하였을 것이므로 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다른 기업에 비해 급여가 상대적으로 높고 회사의 실적이 좋다고 하여 직원들의 조직 충성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사회적인 비난 여론과 범죄인 취급하는 눈 초리를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직원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직원도 있을 것이고, 현재는 당당하여도 오래도록 그 당당함을 유지하기 어려운 직원도 있을 것이다. 경영진의 경영행위에 의심을 가진 직원이 존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무엇을 고민해야 하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는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국내 일등기업이 이번 일로 다시 태어나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길 바란다.

 

세상에 답답하고 갑갑한 일 중 하나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고, 돈으로 법과 원칙을 무너뜨리는 현실이 갑갑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사건은 과거의 일이라는 것이고, 과거에 매달리는 것은 우매하다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점은 어리석은 과거행위를 반성하여 교훈을 얻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된 세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처지가 이와 같을 것이다. ‘진실은 자신도 알고 있지만,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있다.’는 진리를 잊지 말고 새로운 길을 찾는데 너무 늦지 않았으면 한다. (계속, 다음 회는 삼성일가의 관리전략에 관하여 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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