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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희망이 없다

오늘날 현실이 말해주는 한국사회 지도층의 직업인식이나 사회적 책임의식은 낙제점 수준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고위공직 후보자의 검증과정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사회 지도층의 밑바닥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특히 이들의 직업윤리의식은 문제가 아니라 치유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인다. 올바른 방식을 선택하기보다는 편법과 요령이 판치고, 잘못된 행위가 드러나도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억울함을 먼저 호소한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사회지도층으로 행세하였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한심한 생각을 가지는 국민이 의외로 많다. 그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현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끌어나가야 할 젊은이들이 인생행로를 따라갈 역할모델이 될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가들은 소득 4만불이니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니 하는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하지만 현재의 사회구조로는 선진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에 요원한 먼 미래의 일로 느껴진다. 국민소득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선도기업이 많아야 한다. 자연스럽게 고용도 늘어나고 이를 통해 삶의 질도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지난 10년은 고용 없는 성장에 그쳤고, 실업률은 상승하였다.

요즘 의식 있는 친구와 후배들을 만나면 대화의 주제가 한국의 미래이다. 언론에서 소개하는 것만큼 특정 기업이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대기업의 기술력이 앞서가는 선진국의 기업과 뒤쫓아 오고 있는 후진국 기업의 틈바구니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흘러 나온다.  좋은 직업은 사라지거나 줄어 들고, 새로운 직업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좁은 시장에서 나눠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자꾸만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젊은이들은 절망할 수 밖에 없다. 이러다 정말 한국이 필리핀과 같이 급속하게 망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국제감각이란 무엇일까? 취업을 위한 최종 면접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나에게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기준 중의 하나가 국제감각이라고 하는데, 누가 명확하게 정의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마다 정의가 다를 것이라고 여겨지고, 또한 경영진의 생각도 다를 수가 있다고 본다. 나 스스로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참 난감하여 답을 해주기 어려웠다. 그래도 취업 준비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내 나름대로 고민을 하여 기준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국제감각이란 최소한 글로벌 언어소통능력, 글로벌 시민의식, 글로벌 문화인식 등 세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본다.

먼저 국제감각을 가지려고 한다면 최소한 국제적으로 소통되는 언어능력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만국공통어로 인식된 영어를 잘해야 한다. 학생들은 단순히 TOEIC, TOEFL, TEPS 등 영어 성적이 우선이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도 제일 먼저 영어시험의 성적으로 지원자의 언어능력을 판단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최소한 기본 점수 이상의 영어성적은 갖춰야 하고, 이에 상응한 말하기, 쓰기 등의 능력도 필요하다.

영어성적위주로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끼리 면접을 통해 경쟁하므로 면접에서 보는 것은 회화능력이 아닐까 싶다. 영어시험 점수와 회화능력이나 작문능력과는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기업인사 담당자가 없으니 이들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소개나 몇 마디 인사로서는 부족하다. 자기가 지원하는 분야의 전문지식이나 업계의 흐름에 관한 용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둘째 국제감각을 가지려면 글로벌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인종간의 차별인식, 편협한 민족의식, 자국위주의 이기주의 등은 21세기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한국 국민은 글로벌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대체적으로 흑인이나 동남아시아인을 무시하고, 백인들을 선호한다. 또한 이미 한국이 다문화, 다민족 국가로 전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일문화의 우수성, 단일민족의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외친다.

선진국의 산업개발을 위한 환경오염과 쓰레기 투기로 인해 후진국의 경제가 붕괴되고 지구환경재앙이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다른 나라의 문제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이제 모두가 국가나 민족을 떠나 글로벌 시민으로서 공존공영을 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런 자세는 대학을 졸업한다고, 학점이 높다고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세계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만 가능한 것이다.

셋째 국제감각을 가지려면 글로벌 문화인식을 키워야 한다. 문화란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므로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서양의 문화가 동양의 문화보다 뛰어나다거나 후진국은 문화도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 나라의 문화는 그 나라의 역사, 민족성, 지형적 특성 등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를 공부하고 체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양한 국가에 대한 책을 읽고, 필요하다면 여행이나 체류를 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세계의 모든 국가를 여행하고 공부하기는 어렵지만, 자신이 목표로 하는 기업과 관련성이 있는 지역이나 국가에 대한 문화를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요즘은 책이 나와 있지 않더라도 구글이나 야후 등 영어 사이트에 들어가면 자신이 원하는 국가에 대한 모든 자료가 다 있다.

결론적으로 최소한 위 세가지 요건을 갖춰야 국제감각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가진 인재가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기업의 인사담당자가 지원자를 평가하여 이런 능력을 가진 인재를 구분할 능력이 있을까하는 의문점은 든다. 또한 현재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 중에도 이러한 능력이 있는 인재가 많지 않을 것인데,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들에게 이런 요건까지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에서 이런 지원자만 뽑겠다고 하니 어떤 형태로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대학에서 이런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대부분의 대학은 인플레이션된 학점과 졸업장만 쥐어서 학생들은 내보내는 수준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여진다. 학생들도 이제는 대학의 수업이나 영어시험을 위한 공부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공부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고, 대학당국과 교수들도 이런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기업과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의식전환을 해야 한다. 물론 의식전환을 한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모든 구성원이 죽도록 노력한다고 해도 아마도 앞으로 최소한 10여년 이상 대학의 위기이니, 취업대란이라는 말이 없어지기 어렵다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제외하고 어느 이해관계자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안타까워 가슴이 답답하다.



경제가 어렵다고 기업들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하소연을 하고, 근로자는 고용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고용을 안정시키고 신규고용을 늘리기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방법,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를 정부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이나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몇몇 기업에서 도입하여 그 효과를 보았다고 하고, 현재의 위기국면에서 최소한의 해결방안으로 보여 반대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주도함에 있어 선결되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 근로자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아래 몇 가지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첫째 국내 생활물가를 대폭 낮춰야 한다. 한국 신입사원의 평균 급여가 다른 일본, 대만 등의 국가와 비교하여 높다고 하면서 급여를 낮춰야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서울이 세계에서 생활비가 가장 많이 드는 도시 상위 1, 2위를 매년 다투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절대적인 급여 수준이 높은 것이 아니다. 살인적인 물가를 고려한다면 오히려 급여를 적게 받고 있다. 높은 교통비, 생활필수품 가격, 통신료 등을 조정하지 않고 급여를 낮춘다면 봉급생활자의 생활의 질은 급격하게 낮아지게 될 것이다.

한국의 물가가 국민소득수준이나 국제 원자재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것은 정부 관료들의 태만과 국내 대기업의 독과점구조 때문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한번 올라간 물가는 원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져 가격하락요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요인 중 하나는 기초산업과 생필품 업계의 독과점과 담합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찌되었건 독과점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높은 물가수준을 유지하면서 고용안정을 핑계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둘째 주거비를 대폭 낮춰줘야 한다. 최근 한국은 근로자의 임금 상승이나 평균 급여수준에 비해 집값이 너무 높다. 집을 사거나 전세집을 얻으려고 해도 급여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 정부에서 주변 시세보다 싼 장기전세를 준다고 하지만 실제 그 금액이 주변 전세보다 오히려 비싼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주택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건설비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여 아파트 거품 형성을 주도하였으므로 이제 거품을 걷어 내어 합리적인 수준의 주택가격에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당국자들도 이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근로자가 국민의 평균 저축률로 3~5년 저축하면 한 가정이 살 수 있는 규모의 주택을 전세로 얻을 수 있어야 하고, 8~10년 저축액으로 집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전세는 비싸도 5,000만원 이내여야 하고,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은 평당 500만원 이내, 수도권은 400만원 이내, 지방은 300만원 이내가 되어야 합리적이다. 토지에 낀 거품을 제거하고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의 기관을 잘 활용하여 주택건축비를 현실화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현재 거품이 잔뜩 끼어 국민의 구매력과 상관없는 높은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푸는 정책을 정부가 취한다면 정부는 부동산 보유자, 즉 기득권자를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서민과 신규 봉급자를 착취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구매력을 고려하지 않은 부동산 가격의 무리한 유지정책은 정부와 기득권자의 바램과는 정반대로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셋째 정부는 21세기에 적합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운하, 경인운하, 4대강 정비사업 등의 건설프로젝트는 고용창출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투입비용 대비 고용을 가장 많이 내는 업종이 건설이었지만, 현재는 아니다. 미래 수종사업으로서의 서비스업종이나 하이테크놀로지, 바이오산업 등에 한정된 정부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내수진작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유인할 수 있는 관광, 교육, 의료 등은 고용유발효과가 커다.

정부와 공기업분야의 인턴제도도 문제가 많다. 지속적인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인턴제도도 일시적인 고용착시현상만 불러올 뿐이다. 인턴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들에게 단순한 잡무를 처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원과 동일한 교육과 업무수행 기회를 제공하여 제대로 된 경험을 쌓게 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인턴이 끝난 후 소속 기관장이나 정부가 주겠다는 추천서는 사기업 취직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허울 좋은 휴지조각에 불과할 것이다. 인턴을 뽑겠다고 언론에 보도되는 공기관 중에서 이러한 근본취지에 공감하고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없다고 본다.

만약 위 세가지 선결요건이 이행되지 않고 실질적인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확산된다면 오히려 고용조건을 악화시키고 내수진작도 어려울 것이다. 기업과 부동산 과다보유자 등 기득권도 근로자와 서민들과 공평한 고통감내를 통해서만 사상 초유의 경제난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특히 정책당국자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점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얄팍한 속임수 정책을 남발하면 시장에서 신뢰를 잃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극단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이다. 경제난이 오히려 전통적인 한국병, 즉 겉치레와 허례허식, 과다한 부동산 거품, 관료들의 부정부패, 정치권의 도덕적 해이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하여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국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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