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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 21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삼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삼성그룹 편(1회)]

 창업주의 아이템 선정능력·오너의 비전적 리더십이 성장 견인

이건희 회장, ‘위기’ 강조하지만 직원에게는 비장함 안 보여

오너만 앞세우지 말고 임직원 역할·노력 필요 
 

▲ 강남 서초동 삼성타운


(1) 삼성의 역사와 이슈


삼성그룹(이하 삼성)은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재벌이다.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은 자금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동업이라는 방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945년 해방, 1950년 한국전쟁, 1960년 4·19 학생의거와 연이은 군사정권을 겪으며 부침을 경험했다. 군사정권에 의해 부정 축재자로 몰리고,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정권과 대척점에 서기도 했지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자금 문제로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명실상부한 국내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이 국내 최고 기업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그룹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의 실적과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그에 따른 고민도 깊다. 삼성전자가 그룹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탓에 다른 계열사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세계 최고 혁신기업인 애플과의 특허소송, 근로자의 백혈병 논란, 무노조 원칙고수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핵심 계열사의 기업문화를 SWEAT Model로 진단해 혁신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병철-이건희 회장 모두 인재와 신뢰 중시

 

다른 그룹의 창업자와는 달리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대지주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다. 암울한 일제 식민지 시대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고, 동업으로 시작한 사업도 아이템 선정을 잘 해 큰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 효성의 조홍제 회장이나 기타 동업자들과 동업을 청산하면서 불협화음이 있었다. 동업을 정리하면서 양자가 모두 만족하기는 어렵겠지만 개인적 성향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본다.

삼성의 역사를 다루면서 오너의 성향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이병철 회장의 아이템 선정능력과 이건희 회장의 비전적 리더십이 삼성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병철 회장이 주창한 삼성의 3대 이념은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다. 반면 이건희 회장의 삼성경영학은 인간존중, 기술 중시, 자율경영으로 요약된다. 두 사람 모두 인재와 신뢰를 소중히 했다는 점에서 일치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실천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아버지 이병철 회장도, 아들 이건희 회장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경영에서 은퇴했다가 다시 복귀한 전례가 있다.


▲ 삼성그룹의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


먼저 이병철 회장은 1966년 소위 말하는 한비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삼성이 일본 차관으로 비료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일본에서 자재를 수입하면서 사카린, 변기 등을 몰래 포함시킨 것이다. 정권이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요청한 것이라는 주장을 했지만 이병철 회장이 책임을 지고 경영권을 내려놓았다. 큰 아들 이맹희가 경영일선에 배치되었지만, 2년 후 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경영에 복귀했다. 그는 복귀하면서 미래산업인 전자산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은퇴와 복귀도 아버지 이병철 회장과 비슷하다.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일어나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은 한국사회를 강타했다. 부인으로 일관하던 이건희 회장도 여론이 나빠지자 2008년 4월 22일 가족 및 측근들과 모두 동반 퇴진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2008년 연말에 터진 국제금융위기로 오너의 경영복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MB정부는 2009년 12월 이건희 회장을 특별사면 했고, 2010년 3월 이 회장은 경영에 복귀했다. 그는 이 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던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사회적 물의가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사례가 일본에도 있었다. 일본 도요타(Toyota)는 1949년 매출부진과 차입금으로 인해 도산위기에 몰렸다. 창업주 도요타 키이지로 (田喜一郞)는 대규모 해고를 단행한 후 ‘해고를 하지 않겠다’는 노조와의 약속을 깬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다시는 경영에 복귀하지 않아 노조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2008년 창업자의 직계 손자인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가 사장으로 취임할 때까지 도요타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지만 세계 최대 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

리더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은 직원들에게 귀감이 되어야 한다. 리더의 말과 행동은 자연스럽게 기업문화 DNA의 중요한 부문이 된다. 직원은 리더의 말을 귀담아 듣고 행동을 일일이 관찰한다. 리더가 말만 하고 실천을 하지 않으면 조직 내부에 ‘냉소주의’가 팽배해 진다. 일부 경영진은 직원에게 권한과 높은 급여만 주면 직원들이 알아서 가치(value)를 행동으로 실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순진한 생각이다. 경영진이나 리더가 스스로는 실천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에게 강제하면 할수록 직원들은 움츠려 들고 가식적인 행동만 하게 된다. 삼성의 ‘위기경영’도 비슷한 결과를 낳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위기라고 하는데, 정작 직원들의 표정에서는 위기에 대응하는 비장함이 보이지 않는다.




모방전략으론 한계…혁신적 제품 개발 나서야 


일제 암흑기를 거쳐 해방이 되었지만 근대적인 형태의 기업을 운영할 노하우가 이 땅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을 멀리하고 극도로 불신했지만 일본을 통하지 않으면 기술도, 물자도, 경영기법도 배울 수 없었다. 이병철 회장은 연말만 되면 일본에 장기 체류하면서 사업 구상을 가다듬고, 일본의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경영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뿐만 아니라 영국의 경영기법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던 홍콩에도 자주 들렀다고 한다. 삼성의 관리문화뿐만 아니라 초기 기술, 부품 등도 일본이 뿌리다.

일본에서 공부한 이건희 회장은 아버지 이병철 회장과 달리 일본식 경영기법뿐만 아니라 미국식 경영기법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1987년은 기술만 외치며 세계경제를 주도하던 일본기업들의 기세가 서서히 꺾이던 시점이다. 침몰하던 미국은 신경제를 외치면서 기지개를 다시 펴 새로운 경제모델을 시험하고 있어 배울 점이 많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들 이재용에게 일본과 미국 양국에서 공부를 하도록 조언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이런 노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1995년 북경발언으로 이어진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7·4제를 도입하고 깨어 있는 삼성인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북경발언은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것으로 더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인재경영, 글로벌화 등이 핵심 이슈였다. ‘1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발언으로 인재경영의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이 보수적인 다른 대기업의 오너보다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 회장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삼성의 인재들이 삼성을 떠나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이 진대제, 손욱, 황창규, 이기태 등의 인재를 발굴해 스타로 키웠지만 정작 이들은 삼성을 떠나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은 삼성전자에서 이력을 높게 평가 받아 정통부 장관을 하고,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서기도 했지만 정치인으로의 변신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손욱 전 농심 회장은 삼성에서 혁신 체험을 바탕으로 농심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심이 식품기업이라 먼지 하나 없는 삼성공장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삼성이 해외 선진경영기법이나 기술도입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은 삼성만 쳐다본다. 이건희 회장의 해외 출장지가 어디인지,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늘 언론의 뜨거운 관심사항이다. 조금 유난스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건희 회장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삼성이 어떤 구호를 외치고, 어떤 시스템을 도입하는지도 이슈거리다. 퇴직한 어느 LG전자 연구원은 ‘LG는 삼성이 하는 것만 보고 따라하는 2등 전략만이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최근 LG그룹이 부진한 이유가 2등 전략 때문이라고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어찌되었건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앞서간 기업이나 국가를 연구하면서 사업 아이템을 찾고, 삼성에 적합한 경영기법을 연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삼성이 국내 1등 기업을 넘어 글로벌 1등을 하기 위해서는 ‘모방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아이폰의 디자인과 일부 기능을 의도적으로 베꼈는지 여부가 최근 삼성-애플 간 특허소송의 핵심이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시장점유율을 높였지만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한 사례는 드물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던 반도체, LCD, LED, 스마트폰 등이 모두 모방전략을 통해 시장진입을 한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선도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응용기술 개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점은 높이 평가 받아야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창의적인 사고와 창조경영을 주창했지만 정작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노력은 소홀히 한 셈이다.

냉정하게 보면 이병철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이 새로운 것을 배워 적용하려는 노력은 많이 했지만 주창한 경영이념이나 구호가 창의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들은 오너로서 방향만 제시했고, 삼성직원들이 알아서 해석해 실천요령을 만들고 수정·보완했다고 봐야 한다. 기업문화가 창업자나 오너의 영향을 크게 받기는 하지만 직원들의 이해와 노력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삼성도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 회장만 앞장 세우지 말고 임직원의 역할을 좀 더 고민해야 한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 21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삼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삼성그룹 편(1회)]

창업주의 아이템 선정능력·오너의 비전적 리더십이 성장 견인

이건희 회장, ‘위기’ 강조하지만 직원에게는 비장함 안 보여
오너만 앞세우지 말고 임직원 역할·노력 필요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 14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효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효성그룹 편(8회)]진단후기



외부변화 무시 말고 新舊조화 이뤄야 안정경영 가능

 

▲ 효성그룹 사옥


[그린경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기업문화에 대한 연구를 하고 관련 책을 쓰면서 소위 말하는 ‘백년기업’이 되는 지름길은 올바른 기업문화를 창달하는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부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된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부자 3대 없고, 거지 3대 없다’는 우리 속담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든다. 창업자의 정신이 자식 대까지는 계승되는 경우가 많지만, 손자까지 전수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1940~1960년대 창업하고 1970~1980년대를 거쳐 본격적으로 성장한 국내 대기업은 아직 2세 경영이 대부분으로 정체되어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해체는 되지 않았다. 해태그룹, 쌍용, 새한 등 몇몇 대기업이 2세 경영에서 무너졌고, 금호, 한진, 한화 등과 같은 기업도 2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 LG, 현대차 등이 2세에서 3세로 경영권 승계가 준비 중이다. 효성도 조석래 회장이 건재하고는 있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3세들이 경영권 수업을 받고 있어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련과 도전, 위기극 통해 경영능력 제고
 
 
효성의 기업문화는 다른 대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이고 정체돼 있다. 사업이 시장변화에 민감하지 않아 더욱 그런 경향이 굳어지지 않았나 판단된다. 조석래 회장은 아버지 조홍제 회장을 도와 효성의 기반을 닦았다. 조석래 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을 중시하며 보수적인 경영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효성이 섬유, 타이어코드, 중공업 부문에서 실적을 내고 있는 것도 관련 분야에 기술력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성장은 정부의 우호적인 경제정책에 절대적으로 기인했다.

정부주도의 5개년 경제계획은 기업집단을 살찌웠고, 특정산업이 기형적으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효성도 건설회사인 진흥기업을 인수했다가 부실로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금호, 극동건설을 인수했던 웅진 등이 주력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건설업에 뛰어들었다가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국내 일반건설업은 성장기를 한참 지나 쇠퇴기의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의 잘못된 건설정책, 분양가 자율화와 독과점에 의해 왜곡된 주택시장으로 인해 지난 10여 년 동안 기형적으로 성장해왔다.

시장의 거품은 국가의 한정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침해한다. 건설업의 경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에 의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IT산업은 아직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효성도 뒤늦게 IT산업에 뛰어들어 하드웨어제조나 소프트웨어개발과 같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핵심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전에 시장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갤럭시아 계열의 사업도 회생이 어렵다면 빨리 정리하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다.

시작하는 사업마다 성공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교훈은 얻어야 한다. 2세나 3세의 성공체험을 위해 인위적으로 그룹의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것도 어리석은 행동이다. 작위적인 체험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입증되었다. 좋은 약은 입에는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는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로운 법이다. 계승자가 정말 기업을 잘 운영하고 싶으면 먼저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부족한 부문을 채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시련을 몸에 좋은 약이라고 받아들이고, 도전을 실전처럼 대처한다면 경영능력은 자연스럽게 키워진다.
 

보수적 창업자 정신 기업문화에 체화돼야
 
 
효성의 조홍제 회장의 고향은 경남 함안군 군북면이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경남 의령군 정곡면 출신이고, LG의 구인회 회장은 경남 진양군 지수면이다. 군북, 의령, 지수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해 산청, 진주를 거쳐 진양, 의령, 함안을 지나가는 남강 줄기에 위치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지리산 계곡을 지난 남강의 유속이 급격하게 약해지고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는 곡창지대다. 산청, 진주(진양), 의령, 함안 등을 서부경남이라고 부른다. 이 지역은 유교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고, 사람들은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 삼성, LG, 효성의 기업문화가 보수적인 것도 서부경남 출신의 창업자 영향도 작다고 보기 어렵다.

세계 최대, 최고의 제조기업인 도요타 자동차의 기업문화 저변에는 본사가 위치한 미카와(三河) 지역적 특성이 녹아 있다. 미카와 지역 출신은 상호연대가 강하고 집단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끊임없는 개선노력의 표출인 카이젠(改善), 분임조활동, 헌신적인 참여의식, 공(公)을 우선시 하는 조직문화 등은 도요타 성공신화의 핵심요소다. 도요타 경영진들은 지역정서와 특색을 기업문화로 내재화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고 훌륭한 결실을 거뒀다.

효성도 창업주가 중시했던 ‘가족가치’, ‘계수경영’ 등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홍제 회장은 한학을 배워 유교에 대한 깊은 소양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은 한때 서구화가 지상과제였고, 동양적, 고전적 가치를 하루라도 빨리 버려야 하는 낡은 유물로 취급했다. 하지만 이제 서양은 지나친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동양의 가족(집단)주의, 정신 우선주의를 도입하려고 연구하고 있다.

효성도 유교정신을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효성만의 가치(value)로 살려야 한다. 신사업이 기존의 사업과 별개의 것이 아니듯이 새로운 기업문화도 과거의 것을 모두 버리고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해고하지 않고,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는 기업이 망하기는커녕 장수한다. 효성이 위기를 극복하면서 도입한 성과경영시스템도 효성만의 가족가치를 훼손하지 않았을까 우려된다. 2008년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도 그룹 내부자가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기업은 가족가치를 강조했지만 정작 내부 임직원은 가족가치를 모르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자산은 오너뿐만 아니라 직원에게도 공평하게 배분돼야 한다. 과거처럼 회사자금을 자신의 쌈지 돈처럼 마음대로 사용하는 행위는 범법행위일 뿐만 아니라 선량한 직원들의 공분을 일으켜 조직을 와해시킨다. 가족가치를 소중히 여기든, 아니든 기업의 성장에 희생한 다수의 직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영자는 직원에게 급여를 준 것으로 충분히 보상한 것이라고 자기과신을 해서도 안 된다.
 

사업보다 관리…시대변화 적극 대처
 
 

▲ 반포 새빛 둥둥섬

관리를 위한 관리가 능한 조직이 효성이다. 삼성그룹과 비교해도 디테일(detail)이 다르다. 최근 효성의 업무처리 방식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다른 기업의 직원이라면 가볍게 넘어갈 일도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고 세간의 평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관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삼성은 사업을 위한 관리를 하지만, 효성은 관리가 우선이고 사업은 그 다음 순서로 취급한다. 삼성이 다른 기업의 사업이나 제품을 모방하기는 하지만 관리나 운영효율로 성장하는 것과 달리 효성은 사업이 정체되어 있다.

효성의 기업문화는 일본 기업문화의 특성인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말로 표현된다. 이런 유형의 기업은 세심한 것은 장점이지만 소위 말하는 좌면우고(左眄右顧)를 너무 오래하면서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빈발하다. 16세기 일본의 전국시대에 유행했던 말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 호황을 누리던 일본기업은 외부 환경변화를 무시하고 내부 혁신에만 몰두하다가 20년 장기불황을 겪고 있다.

효성의 사업이 크게 잘못되었거나 기업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대변화에 적합하지 않은 업종으로 자연스럽게 축소되었거나 경제규모의 확장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더디다는 것이다. 소득증가로 자가용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 조립사업을 고집한 것도 시대흐름을 놓친 결과로 보인다. 휴대폰 키패드 업체를 인수해 터치폰 시대를 예측하지 못한 것, 이미 레드오션(red ocean)이 되어 있는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시장에 뛰어든 것도 사업적 판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창업자와 현재 회장이 너무 보수적으로 경영하면서 시대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식들이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다. 지난 10여 년 동안 기업문화에 대한 변화실험은 충분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격언을 곱씹어 신구(新舊)의 조화를 이룰 시점이다. 외부로부터 인재의 수혈도 중요하지만 내부직원의 마인드를 바꿀 수 있는 변화의 출발점을 기업문화 혁신으로 잡아야 한다.

조직은 내·외부의 갈등을 통해 성장한다. 기업문화 혁신도 조직 내부에 건전한 갈등을 일으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조직은 조직내부의 갈등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조직 갈등을 덮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드러내 놓고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기업문화를 진단하고 평가하면서 관련 기업의 직원들을 관찰하고 면담하면서 갈등의 이슈와 깊이를 파악하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중요하다. 앞으로도 현장에 뛰어 다니면서 효성의 기업문화 혁신노력을 지켜볼 예정이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 14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효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효성그룹 편(7회)]

 

'가족가치' 중시불구 구조개선 실패…'트렌드' 반영 필요

창의적 요구에도 보수적 사고 못 벗어
정체성 고수보다 시대적 흐름 반영을





(7) 효성의 종합평가와 발전방향


효성은 창업주 조홍제 회장이 산업재인 사업 아이템을 잘 선정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단기간에 국내 주요 재벌그룹으로 성장했지만 그의 사후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 경제호황기에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사업통합과 변형된 성과주의 개념을 적용해 조직체질을 개선했지만 IT산업의 변화를 잘못 예측해 사업구조를 바꾸는 데는 실패했다. 효성의 기업문화를 기업문화 측정과 혁신도구인 ‘SWEAT Model’에 적용해 5-DNA 10-Element의 성취도, 기업문화 위험관리, 혁신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해 보자.



 

그림 1. 5-DNA 10-Element 분석

효성의 기업문화를 SWEAT Model의 5-DNA 10-Element를 점수로 평가해 보면 그림 1과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효성의 기업문화는 평균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으나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과 유사한 수준이다. 사업(business) 중 시장(market), 조직(organization) 중 일(job), 시스템(system) 중 운영(operation)은 다른 요소(element)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특히 위험(risk)관리는 매우 취약하다. 국내 기업들이 소홀히 하고 있는 비전(vision)의 목표(goal)와 사회적 책임(responsibility)이나 사람(people), 경영도구(methodology)는 평균 수준이다.

창업자의 유교정신이 ‘최고의 기술과 경영역량을 바탕으로 인류의 보다 나은 생활을 선도한다’는 미션에 배이면서 전통 사회가치와 가족가치를 존중하고 있지만 정작 사업이나 조직에서 그런 특징을 찾기는 어려웠다. 제품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거나 보다 나은 생활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소비재가 아니라 산업재인 중간재를 주력으로 하는 제품구조에 애로가 있다는 말은 하겠지만 오히려 기업의 정체성(identity)을 홍보하지 못한 것을 자인한 셈이다.

최근 효성이 경영도구에 관심을 갖고 프로젝트를 추진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 프로젝트가 내부 임직원의 자발적 니즈(needs)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도입효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가 된다. 조직혁신의 방안으로 경영도구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내부의 반발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글로벌기업들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임직원을 화합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취한다.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효성이 2013년 오픈할 예정인 PI·ERP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해소시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림 2.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

효성이 기업문화 5-DNA를 인식하고 관리하는 수준을 평가해 정리한 것이 그림 2다. 그림은 5-DNA가 개별 DNA와 유기적으로 조화되는지 여부, 기업의 경영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중요도를 종합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각 DNA 원의 크기는 기업에서 현재 취약한 것으로 지적된 DAN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수준을 나타낸다. 효성처럼 기본적으로 성장기를 넘어선 기업들은 조직과 사업의 유기적 조화도는 중상의 수준을 유지한다. 반면 비전, 성과, 시스템은 조화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위험군에 속한다.

아쉽게도 효성은 DNA의 성취도가 높아 무시할 수 있는 위험군에 속하는 DNA나 요소(Element)는 갖추고 있지 못하다. 비전에서 책임, 성과에서 위험, 시스템에서 경영도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위험에 속해 경영혁신(innovation)차원에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효성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역사가 짧아 시혜성, 흉내내기, 이벤트식 활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 수준의 활동을 지양하고 기업이 사회의 실질적인 운명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과 환경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최소한 방향(direction)은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환경변화를 모니터링(monitoring)할 수 있는 시스템도 고민할 필요성이 높다.

 

그림 3. SWEAT Model로 분석한 효성 기업문화

SWEAT Model로 효성의 기업혁신방법을 분석해 보면 그림 3과 같다. 효성은 일본기업이 주로 채용하는 ‘T-Type Model’을 채용하고 있다. 일본에서 출발한 롯데그룹과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자동차를 주력으로 하는 현대차그룹도 효성과 마찬가지로 T-Type Model을 선택했다. 다른 기업문화의 혁신전략과 달리 이 모델은 단기성과가 탁월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제품개선과 시장 진입전략의 수립에는 매우 영리하다. 단기성과를 바탕으로 조직혁신에 도전하지만 사업혁신과는 달리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간과한다.

일본기업의 장점이 시스템의 체계적인 정비로 업무의 매뉴얼화, 운영혁신이 상시화 되는데 반해 효성은 시스템도 미비한 수준이다. 최근 ERP를 정비하고 다양한 업무시스템을 정돈하고 있지만 효성의 사업규모나 역사에 비해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시스템에 대한 소개를 했지만 효성의 사업규모나 조직수준에 걸맞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시스템은 1~3년의 단기적 목표도 중요하지만 3~5년의 장기계획수립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일부에서는 5년 이상의 계획의 필요성도 주장하지만 실효성이 낮다.

일본기업의 약점이 비전이 없다는 점인데, 효성도 비전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미션과 비전의 구분도 모호하다. 효성의 혁신은 명확한 비전체계를 세우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과거에는 창업자나 오너가 일방적으로 비전을 세웠지만 이미 공룡이 된 그룹의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효성의 아파트 브랜드인 ‘백년가약’도 가족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정체성과는 일치하지만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라기보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로 보인다.

다른 대기업도 유사한 사례가 많다. 직원들이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기획안을 만들어 올려도 경영진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사장된다. 경영진은 정작 현업에서 오래 벗어나 있어 감각이 무딜 뿐만 아니라 혁신보다는 보수적 기준에 익숙하다. 미디어에서 그저 그런 천편일률적인 광고가 난무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설명이 된다. 오너와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창의적이 되라고 노래를 부르지만 정작 본인들은 낡은 사고의 틀에 갇혀 있다. 국내 대기업이 천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덩치에 자만해 멸종한 공룡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작금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기업문화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 14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효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효성그룹 편(8회)]

외부변화 무시 말고 신구조화 이뤄야 안정경영 가능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  [기업문화-효성그룹(7)]'가족가치' 중시불구 구조개선 실패--'트렌드' 반영 필요[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 기업문화 - 2012. 11. 17. 15:43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 14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효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효성그룹 편(7회)]

'가족가치' 중시불구 구조개선 실패…'트렌드' 반영 필요

창의적 요구에도 보수적 사고 못 벗어
정체성 고수보다 시대적 흐름 반영을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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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문화-효성그룹(6)]퍼포먼스 경영시스템 도입---권한 위임,책임 강조[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 기업문화 - 2012. 11. 14. 18:14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 07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효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효성그룹 편(6회)]


퍼포먼스 경영시스템 도입…권한 위임·책임 강조

검증된 통합시스템 구축으로 글로벌 경영 도모




▲ 반포 새빛 둥둥섬

(6)효성의 System: Methodology & Operation

시스템경영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경영도구의 개발은 아직 미흡하다. 시스템경영이라는 용어조차 정의하지 못하고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말만 하고 있는 것도 시스템경영이 도구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가장 효율적인 경영혁신의 도구가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효성도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쳤지만 의도한 성과가 나지 않고 있어 경영시스템 전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효성이 구축해 운영하는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의 관점에서 진단해 보자.



그룹 차원서 PI·ERP프로젝트 추진
 


효성은 그룹 차원에서 PI·ERP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2013년 오픈 예정이다. PI(Process Innovation)는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으로 경영혁신 활동이다. 업무 프로세스, 조직, IT 등 기업활동의 전 부문에 걸쳐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효과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재구축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인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는 전사적 자원관리로 기업 전체를 경영자원의 효과적 이용이라는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경영의 효율화를 기하기 위한 수단이다.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업무체계개선과 자원관리를 하기 위해 PI·ERP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신사업을 벌이면서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높을 때 새로운 경영도구를 도입한다. 효성은 이처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내부직원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IT프로젝트의 프로젝트관리자(PM)로 베어링포인트의 여직원을 스카우트했고 임원으로 임명했다. 효성이 프로젝트의 비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PI는 현재의 업무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업무컨설팅이 주로 필요하지만 ERP는 자체 개발하거나 패키지(package)를 도입해야 한다. 과거에는 SI(System Integration)라고 해서 개별 기업의 실정을 반영해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등 측면에서 문제점이 많아 최근에는 패키지도입이 대세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이 채택한 패키지를 도입할 경우 소위 말하는 ‘Best Practice’를 도입할 수 있어 매우 유리하다. 효성도 이런 관점에서 2011년 새로운 ERP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오라클 ERP가 자사의 실정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 사용했지만 국내 대기업의 대부분이 사용하는 SAP ERP로 변경했다. SAP ERP가 유연성이 낮아 외면 받기도 했지만 최근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는 기능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자사의 프로세스에 적합하게 서비스를 조합할 수도 있고, SAP가 제공하지 않는 기능의 경우 직접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의 연동이 가능해졌다. 섬유, 정보통신, 무역, 건설 등의 계열사 업무에 SAP ERP를 적용하기로 결정해 업무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집단의 경우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의 표준화, 데이터의 통합이 중요 과제다. 업무가 복잡해지고 많은 법인을 거느린 대기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단일 패키지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효성도 SAP ERP를 통해 의도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스템이 통합되면 중앙에서 모든 정보의 흐름을 한눈으로 볼 수 있어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의 취득, 조합, 분석이 용이해진다. 효성도 늦기는 했지만 삼성, LG, 포스코, 두산 등의 기업과 유사한 형태의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영혁신·효율화 위해 'PI·ERP 프로젝트' 추진

 
효성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퍼포먼스(performance) 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그룹을 섬유, 화학, 중공업, 무역 등 7개 퍼포먼스 그룹(PG, Performance Group)으로 나누고 하위에 사업단위의 퍼포먼스 유니트(PU, Performance Unit)으로 세분화했다. PU나 PG 단위별로 책임자를 임명해 소신껏 경영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프로정신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를 형성했다고 주장한다. 프로가 아마추어와 다른 점은 자신의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결국 효성의 퍼포먼스 경영시스템은 명칭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 도입한 성과주의 시스템인 BSC(Balance Scorecard)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봐야 한다. BSC는 균형성과지표라고 부른다. 차이가 있다면 퍼포먼스 경영시스템은 권한을 위임해 책임을 강조한 반면, BSC는 재무적 지표평가에 한정된 성과측정을 비재무적 지표까지 확장했다는 점이다. 퍼포먼스경영시스템은 성과향상을 위해 조직측면에서 접근했고, BSC는 평가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BSC는 이미 IT시스템이 패키지로 개발되어 있어 성과주의를 운영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다. 효성이 자랑하는 퍼포먼스 경영시스템이 BSC와 같이 체계화된 경영도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성과를 강조하는 경영철학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람에 따라 이해도가 다르고, 성과평가도 기준과 주체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책임은 있지만 권한이 없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진전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체계화 측면에서 보면 아직 미진하다고 봐야 한다.

효성이 퍼포먼스 경영시스템으로 외형보다는 내실을 기했다고 주장하지만 구분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할지라도 구성원의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준이 상향식(bottom-up) 결정인지, 하향식(top-down) 결정인지에 따라 직원들이 받아들이는 자세가 달라진다.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목표설정(goal setting)도 매우 중요하다.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 아님 애초부터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인지에 따라 달성에 대한 직원의 의지가 달라진다.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성과주의 도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성과에 따른 보상과 처벌시스템도 잘 설계돼야 한다. 보상만 있고 처벌이 없으면 안 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보상이 반드시 물질적일 필요는 없지만 정신적인 보상만 강조해도 반쪽짜리 성과주의 시스템에 불과하게 된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라는 말은 쉽지만 제대로 구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제도의 유연성과 경직성도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효성의 퍼포먼스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이래저래 체계화시키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마 구호의 약발이 떨어졌던 시점부터 내부적으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체계적 운영 위해 다양한 시스템 적용 고민해야
 


▲ 왼쪽부터 조현문 사장, 조현준 사장, 조현상 전문


기업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고민해야 할 시스템은 환경변화 모니터링시스템, 경영목표 추진시스템, 경영혁신 관리시스템, 변화관리시스템, 성과관리시스템 등이다. 모든 기업이 개념적으로 유·무형의 시스템을 운영(operation)하고 있지만 성취효과는 차이가 크다. 효성도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글로벌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는 시스템을 소개함으로써 시스템체계를 수립하는데 팁(tip)을 제공하고자 한다.

먼저 환경변화 모니터링시스템은 경기변화, 국가정책변화, 시장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주간 단위나 일일 단위로 내·외부 환경에 관한 보고서를 회장이나 사장에게 보고한다. 글로벌 기업의 부서장이나 해외 법인장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환경변화보고서 작성이다. 환경변화를 보고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해 보고해야 한다.

둘째, 경영목표 추진시스템은 기존에 추진하는 과제를 관리하고 신규 과제를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존추진 과제의 관리는 유지할 과제, 심화할 과제, 종료할 과제로 나뉜다. 실적이 나쁘더라도 성장잠재성이 높다면 심화해야 하고, 실적이 좋더라도 미래 성장성이 불투명하다면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추진목표가 달성되었거나 실적이 나쁠 뿐만 아니라 비전도 불투명하다면 과제진행을 종료해야 한다. 사업이나 과제는 외부환경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므로 신규과제를 발굴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셋째, 경영혁신관리시스템은 전략과제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추진한 과제의 실적을 관리한다. 경영혁신(innovation)은 기존의 사업과 관리방안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다. 사고의 틀(frame)을 바꿔 창의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경영목표 추진시스템에서 발굴한 신규과제를 전략과제로 추진할 수 있는지 방안을 고민하고 분기단위로 실적을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전략과제라고 해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수정/보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넷째, 성과관리시스템은 전략과제 추진성과를 점검하고 평가해 보상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성과를 관리하지 않으면 조직의 활력이 급속하게 떨어진다. 특히 경영진이 미래 수종사업으로 관심을 갖고 추진한 사업의 경우 성과를 점검하고 분석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성과는 재무적, 비재무적 기준에 의해 평가하고 보상은 개인별, 팀별로 구분해야 한다. 보상이 업무추진 의욕을 고취시키지만 어떤 시점을 벗어나면 제한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의도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시스템은 내·외부 고객의 변화를 촉진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킨다. 변화는 긍정적, 부정적 변화가 있어 어떤 방향으로 유도할지 고민해야 한다. 정보공유를 확대하는 것은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유도한다. 자발적인 변화가 좋지만 외부의 충격이나 변화를 감지할 때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는 측면에서 환경변화 모니터링시스템의 역할이 중요하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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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문화-효성그룹(6)]퍼포먼스 경영시스템 도입---권한 위임,책임 강조[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 기업문화 - 2012. 11. 13. 15:58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 07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효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효성그룹 편(6회)]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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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문화-효성그룹(5)]가족가치 중시 선대 회장 지론 따라 일, 가정 균형 강조[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 기업문화 - 2012. 11. 13. 15:54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 07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효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효성그룹의 기업문화(5회)]


가족가치 중시 선대 회장 지론 따라 일·가정 균형 강조

아파트 브랜드 명칭도 '백년가약'
아기자기한 가족 개념 짙게 배어



 


▲ ATM기기

(5)효성의 Organization: Job & People


효성의 조직은 ‘아기자기한 가족’의 개념이 배어 있다고 판단된다. 효성의 아파트 브랜드가 ‘백년가약’이다.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비난도 받지만 가족가치를 중시했던 효성의 창업주 조홍제 회장의 지론을 철저하게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 중요시 되고 있는 일과 생활의 균형 즉 ‘Work & Life balance’와 같다. 삼성이 직원의 자기계발을 위해 7·4제를 도입한 것보다 수십 년 전에 효성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강조한 셈이다. 효성의 기업문화 중 네 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을 진단하기 위해서 일(job)과 사람(people)을 보자.




보수적 ·남성적 기업 인식 딛고 유연한 기업 도모 


창업자인 조홍제 회장은 ‘기업을 경영하면서 이익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돈보다는 사람의 신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의(義)를 추구하는 이윤추구’라는 명제와 동일하다. 삼성의 이병철 창업주와 동업과정, 비자발적 동업청산 과정에서 인간적 고뇌가 많았을 것이라고 본다. 지분정리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갈등도 경험했다. 사업이라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인데 돈에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동업은 하지 마라’이다. 동업은 언젠가 깨진다는 것이다. 그때는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다’고 말한다. 사업이 잘 되면 서로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서 동업을 깨고 사업이 안 되면 망해 자연스럽게 동업이 종료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독점욕이 강하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독점욕과 더불어 권력욕도 강하기 때문에 다른 누구와 동등한 관계로 권력을 나누기를 원하지 않는다. 한국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동업의 끝이 아름다운 경우는 드물다.

창업자의 경험에 따라 효성은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효성의 인재상은 ‘글로벌 리더’로서 최고를 지향하는 사람, 책임을 다하는 사람, 혁신을 실천하는 사람, 신뢰를 쌓아가는 사람이다. 기업이 대외적으로 제시하는 인재상을 보면서 과연 그런 자질을 가진 ‘A급 인재’를 몇 명이나 데리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막연하게 좋은 말만 나열해 놓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A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한 급여와 복지혜택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 부문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효성은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전반에 걸쳐 역량강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은 자신의 업무에 따라 경영전략, 리더십, 마케팅, 회계, 생산·기술 등 5개 분야로 나뉜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효성은 글로벌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외국어, 관련분야 지식 등을 가진 전문가를 양성한다. 직원의 역량개발을 위해 입사 2년 차를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MBA 교육을 시킨다. 종합적 시각을 가진 중간관리자를 양성하는데 MBA과정이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2010년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했다. 면접관이 지원서, 개인신상자료 등 지원자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면접을 했다고 한다.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지원자를 평가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원자는 넘쳐 나는데,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블라인드 면접도 나름 참신한 아이디어이지만 그 효과는 글쎄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수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국내기업은 영입을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지만 유지노력은 하지 않는다.



삼성보다 더 철저한 관리불구 비효율성에 부진 초래


흔히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삼성의 기업문화 중 두드러진 것을 ‘관리문화’라고 말한다. 효성의 기업문화를 접해 본 사람이라면 효성이 삼성보다 더 관리문화가 강하다고 주장한다. 창업주 조홍제 회장이 삼성의 이병철 회장과 동업할 때 맡은 역할이 관리다. 즉 이병철 회장은 사업기획을 담당하고 조홍제 회장이 기업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했다. 특히 조홍제 회장은 ‘계수경영’에 관심이 높아 사업에 관련된 매출, 비용 등을 정확하게 수치화해 의사 결정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어떤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손익을 분석하고 자금계획을 철저하게 세워 빈틈이 없도록 하는 것이 이른바 계수경영이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저돌적으로 일단 저질러 보고 관리를 고민한 것과는 정반대 경영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계수경영을 강화하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는 더욱 어렵다. 효성의 사업이 정체되어 있는 이유도 지나친 관리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관리가 단순히 돈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까지 포함함에도 불구하고 조직관리는 느슨한 편이다.

삼성이나 효성이 일본식 철저한 관리문화를 가지게 된 것은 창업주와 회장들이 일본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과 조홍제 회장, 2세인 이건희 회장과 조석래 회장도 모두 일본 유학을 다녀왔다. 효성의 기업문화에 일본의 관리문화가 뿌리깊게 배여 있는 이유다. 일본기업의 관리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너무 관리에만 매몰되면서 외부환경변화에 둔감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인 IT기술과 정보혁명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효성의 직원들은 보수적이고, 남성위주의 기업문화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부장적인 권위와 유교교육을 받은 창업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기업홍보 자료들을 검토해 보면 효성은 스스로 유연하고 탄력적인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2000년대 들어 3세들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효성의 보수적인 문화가 변화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새로운 IT사업을 시작하고, 수입자동차 판매업까지 뛰어드는 것을 보면 좀더 공격적이고 유연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부진을 겪고 있지만 새로운 도전이라는 측면에서는 높이 살만하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한 주체가 직원이 아니라 경영진이기 때문에 위로부터(top-down)의 혁신에 해당돼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직원들이 왜 창의적인 사고를 하지 못할까? 효성이 자랑하는 계수경영문화에 매몰된 것은 아닐까? 계수경영이 효과가 있다면 왜 최근에 추진한 사업이 대체적으로 부진할까? 정답은 관리가 비효율적이라고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만난 효성의 직원들은 매우 꼼꼼하고 계산이 밝았으나 체계적이지 못했다. 효성이 왜 사업혁신을 시도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소통 중시하지만 내부 커뮤니케이션 활발하지 않아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편지경영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에게 매달 전 직원에게 세상사는 이야기에서부터 경영현안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메일을 보낸다. 소위 말하는 소통의 방법으로 이메일을 선택한 셈이다. 이상운 부회장은 다른 대기업의 경영진은 흉내만내다가 그만두는 것에 비해 몇 년 동안이나 유지하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의 편지가 소통경영의 표본이나 도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은 의문이다.

효성은 상하/수평 간 의사소통이 창조적 인재를 육성하는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상호신뢰의 기반 위에서 하는 의사소통이 우선돼야 된다고 생각했다. 효성 조직을 경험해 보면 조직 분위기가 다른 대기업에 비해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는다. 군대식 상명하복, 위계질서가 뚜렷한 다른 대기업과 비교하면 의견개진이 자유롭다. 한국 기업의 회의문화는 경직되어 있다. 자유로운 토론보다는 미리 준비된 자료를 보고하고 참석한 최고 책임자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활발한 토론이나 직원들의 의견개진은 없다.

효성도 외부적으로 선후배가 합심해서 상생(相生)의 분위기를 만들어 의사소통이 활발하다고 소개한다. 직원의 역량개발을 위해 선배들이 후배들을 이끌어 주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창업자가 가족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직원들도 동료를 경쟁자로 보기보다는 가족과 같이 여기기도 한다. 가족분위기가 있다고 해서 의사소통이 활발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관리라는 말과 소통이라는 말과 상치된다는 주장도 있다. 효성의 사업이 소비재보다는 산업재에 치중되면서 외부와 의사소통의 필요성이 낮았고, 이런 특성은 내부 의사소통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피라미드형 조직체계와 다단계의 직급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실제 수평적 구조의 팀제와 직급 단순화를 채택한 SK의 경우 다른 기업에 비해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 직급의 위엄에 눌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던 과거 과장, 대리, 사원 급 직원들이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기에 오래 근무한 직원들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재 잘 정착된 것으로 평가 받는다. SK와 마찬가지로 CJ 등이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 조직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효성도 구호로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한다고 하지 말고 조직구조를 바꾸는 결단이 필요하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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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문화-효성그룹(5)]가족가치 중시 선대 회장 지론 따라 일, 가정 균형 강조[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 기업문화 - 2012. 11. 12. 16:37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 07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효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효성그룹 편(5회)]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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