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팀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 국내와 해외의 연구성과물을 토대로 현실적인 새로운 지표 개발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9월 5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윤리경영 대해부'를 통해 기업을 평가하고 진단함으로서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9월 26일자 신문에 실린 [윤리경영 대해부] 한국수자원공사편 기사를 소개합니다.
[기업진단-윤리경영]
치수가 국가적 사업이지만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한 정보공개 없어
◆Stakeholders=수자원공사는 이해관계자를 임직원, 협력회사, 고객, 일반사회 등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현 김건호사장은 “내부적으로 윤리경영 실천으로 공정한 조직문화를 실현해야 하며, 외부적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국민에게 더욱 신뢰받는 기업으로 발전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수도, 폐수, 분뇨 처리도 위탁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이해관계자별 윤리경영 실행과제는 다음과 같다. 고객에게는 깨끗한 수돗물의 안정적인 서비스제공, 임직원에게는 사회형평적 인사관리 및 사업장 안전관리 강화, 협력회사에게는 계약절차별 모니터링(monitoring)제 운영, 일반 사회에는 투명한 경영공시 및 정보공개제도 강화 등이다. 물 사랑 캠페인을 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적정한 비용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연속 공기업 고객만족도 최고등급(우수)을 달성했다. 댐 용수 광역상수도, 토지 분양 등의 영역을 측정했다. 예상치 못한 관로 파손, 정전 등 돌발사고의 조치를 위해 고객에게 긴급히 통보하고 시행하는 비계획 단수를 연 5%씩 지속적으로 줄이는 노력을 기하고 있다. 기타 수돗물의 품질이나 댐의 수질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수자원 공사는 현재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방글라데시, 케냐, 르완다, 이라크, 캄보디아,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페루, 몽골,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에서 14개의 사업을 수행 중이고 약 2조원에 가까운 사업비를 투자하고 있다. 한전과 마찬가지로 매출의 50%를 해외에서 달성하는 목표를 세웠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특히 댐 건설과 같이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고 회수기간이 긴 사업은 지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적에 급급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홍수 때마다 수자원공사의 댐 관리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저수율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해 갑자기 방류를 늘려 하류지대의 농경지가 침수되어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100년만의 최악의 태풍이라던 ‘볼라벤’과 함께 9월에만 태풍이 3개나 오면서 물 관리에 애로가 많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댐 하류의 주민들이 통보 없는 방류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둔치의 생태공원들도 방치되어 있거나 홍수 시에 물에 잠겨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으로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가뭄과 홍수로 대변된다. 한국도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로 지정되어 있어 댐의 건설이나 치수사업이 매우 중요한 국가정책 이슈로 부각되고 있어 수자원공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에서 수자원 개발사업, 조사사업 등을 시행했지만 사업목적이 명확하지 못하다. 물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과 세계 최고의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물(水) 처리 관련 핵심기술은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Transparency=수자원공사는 장기과제로 ‘글로벌 스탠더드 기업투명성 확보로 존경 받는 기업을 달성’하는 것으로 정했다. 수자원공사가 참여한 주요 국책사업은 4대강 사업, 경인운하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은 본 사업비 16조9000억 원, 연계사업비 5조3000억 원 등 총 사업비 22조2000억 원으로 수십 조원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다양한 부작용과 부실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업의 개시결정과정은 불투명하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에 8조원을 투입하면서 친수공간을 개발해 투자비를 회수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완료된 현재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적자보전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한다. OECD가 한국의 물값이 싸기 때문에 과소비가 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수자원공사도 4대강 사업비 보전을 위해 수돗물 가격을 올리려고 고민 중이다. 2011년 말 기준으로 12조5000억 원의 부채를 지고 있으며 당기 순이익은 2900억 원에 불과하다. MB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인 2007년에는 부채가 1조5000억 원에 불과했고 4대강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2008년에도 1조9000억 원이었다.
경영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공시의 신뢰성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지만 실천여부는 미지수다.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이사회는 사장을 포함한 상임이사 7인과 비상임이사 8인으로 구성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한 선임 비상임이사가 이사회 의장이 되며 이사회를 주재한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의하면 수자원공사는 2009년도 소송비용충당금 등 273억 원을 영업 외 비용에서 제외해 노동생산성과 자본생산성을 산출해 경영실적보고서에 반영했다. 결과적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경영진과 임직원이 모두 담합해 수치를 조작한 셈이다.
투명사회를 실천하기 위해 투명사회 협약식을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경영정보는 은폐한다. 2012년 여름은 무난히 더웠고, 4대강과 경인운하는 녹조현상과 악취로 몸살을 앓았다. 수질악화가 원인이라고 지목한 환경단체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수자원공사의 공방이 이어졌다. 수자원공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녹조현상이 감소된 것이며, 하구언 사업으로 수질이 향상되었다는 주장도 했다. 다행스럽게 무더위가 태풍과 가을 장마로 해소되면서 논쟁은 일단락되었지만 매년 반복될 연례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여론과 동떨어진 기준으로 윤리경영 혁신의 최우선 대상
◆Reputation=댐의 또 다른 기능은 홍수방지다. 댐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기상변화로 인한 농업소득 감소, 건강이상, 교통불편, 방류수의 탁수와 냉수피해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홍수 예방과 발전에 의한 경제적 편익이 지역주민에게 배분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높다. 예로부터 물을 다스리지 못하는 나라와 군주는 반드시 패망한다고 했을 정도로 치수(治水)는 국가적 명운이 걸린 사업이다.
수자원공사는 대기업 편중의 경제를 재편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업종존중과 발전을 위해 중소기업제품 구매를 강화한 공로로 2012년 중소기업 제품구매 유공 대통령 기관표창을 받았다. 턴키(turn-key, 일관수주계약) 공사에 공사용 자재 분리구매를 실시해 대기업 위주의 발주를 제한하고 중소기업의 참여가 가능토록 노력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면서 직접 일은 하지 않고 서류작업만으로 막대한 이익을 낸다는 비난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는 것은 기업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볼 수 있다.
8-Flag Model로 측정한 수자원공사의 윤리경영 성취도를 종합하면 그림 1과 같다. 윤리경영을 실천한 사장의 의지와 임직원의 노력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전과 마찬가지로 윤리헌장은 격식을 갖추기는 했지만 부족하고, 윤리경영의 실천을 감시하고 촉진할 제도도 다른 기업에 비해 부족하다. 그동안 공기업 부실의 원흉으로 찍힌 감사실을 개혁하지 않고 그대로 막중한 임무를 맡긴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하고 있지만 교육의 내용보다는 구성원의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의사소통은 기업의 사업목표, 사업영역을 정할 때 임직원과 의견을 반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사업을 맡는 과정에서 합의도출을 위해 노력했다는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낮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었다. 공기업의 이해관계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협력회사나 임직원의 이해를 위해 해외사업을 벌이고, 정치적 영향을 받아 핵심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경영투명성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공기업의 사장과 임직원이 오만해 ‘우리가 국가를 위해 알아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믿어달라’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의 판단기준이 국민여론과 차이가 나고 건전한 사고방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셈이다. 수자원 공사의 윤리경영도 구호에 불과하고 현재의 수준을 방치하면 기업을 위험에 빠뜨리고 국가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근본적인 처방이 시급하다. 새로운 정부의 공기업 혁신대상 중 최우선 순위로 다뤄야 할 기업이라고 본다.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연구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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