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 국가 지도자는 하늘이 낸다’는 속설이 있다. 과거 왕조시대에 백성들에게 임금의 자리는 신성불가침 영역이니 감히 넘보지 말라는 속뜻이 있기도 하지만 쉽게 한 국가를 책임지는 지도자가 되기란 어렵다.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이 정권초기부터 낮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현 지도부가 안타까움에, 대체 이 어려운 난국을 헤쳐나갈 수나 있을지 의심도 듦에 있어 마음이 무겁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산동지방의 좁고 척박한 땅에 위치한 제나라를 절대패자로 등극시킨 관중이라는 걸출한 재상이 나라를 다스리는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자신의 고생을 덜어 주려는 군주를 위해서라면 백성은 어떠한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둘째 백성의 생활을 풍족하게 만들려는 군주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가난도 참고 넘길 것이다.
셋째 백성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군주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재난이라도 감수할 것이다.
넷째 국가의 번영을 위해 애쓰는 군주를 위해서라면 백성은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다.
군주가 위 네 가지 방법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진실된 마음가짐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군주는 무엇보다 경제를 우선시 해야 한다. 백성의 소원은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안전이 보장되는 평화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이러한 백성의 소원을 무시하고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고 한다면 정치는 막히고 국가는 혼란스럽게 된다. 관중은 “정치는 백성의 여론을 중시해야 하며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가장 시급한 것이 백성을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가지도자가 위 네 가지 방법을 혼자서 모두 실천하기 어려우므로 주위에 참모와 관료들을 둘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오히려 이들이 군주의 총기를 흐리게 하고 위엄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과거나 현재를 불문하고 신하에 있어 군주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군주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아첨을 떨고 거짓을 고하게 된다. 따라서 군주는 가까운 측근이 자신의 선악구분을 잊게 하고 백성들에게는 뻐기며 건방지게 구는지 잘 살펴야 한다. 또한 정치의 실권을 장악한 자들이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면 천하의 현자와 역량 있는 신하들은 군주가 무능한 무리들을 믿는다고 여겨 희망을 잃고 세상 속으로 숨어 버린다.
현재 이 정부의 지도자와 실권자들이 스스로 반성해보면 위의 경우에 여럿 해당된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자신들은 열심히 정치를 하고 국민을 위한다고 하는데 국민들은 이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지, 국민 위에서 군림하려 하고 건방지게 구는지조차 구분이 안 된다고 한다. 국민의 여론이 이러할 진대 지도자가 전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충성(?)스러운 측근들이 여론을 호도하여 보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사실조차 지도자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미 측근들의 아첨과 허위보고에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조차 잊어버린 것에 틀림이 없다.
지도자와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을 위한다면 전국민이 모두 합심하여 지도자를 따르겠지만 이들이 거짓과 위선으로 자신들은 호의호식하면서 백성들만 일방적으로 괴로움을 감내하라고 하면 백성들은 불복종할 것이다. 국민의 여론이 악화되면 자신들을 따르던 측근과 심복들로부터도 배반당한다. 관중은 “지도자가 백성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거나 형벌을 앞세운다면 스스로 자기의 무덤을 파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하였다.
최근 세상이 어수선하고 마음이 답답하여 전에 읽었던 중국 고전들을 다시 들춰보기 시작했다. 세월은 흘렀지만 어찌 이렇게 정치의 속성을 잘 파악하였는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를 돌아가 관중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물론 관중에 관련된 일부 글은 후세인들이 관중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꾸며낸 것이라고 하지만 그는 대단한 현실 정치가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본다. 후세인들이 관중에 대한 글을 정리한 것은 다음과 같은 교훈을 주고자 함이라고 하였다. “군주가 백성의 뜻을 거스리고 충신의 말을 듣지 않고 독단으로 그 의지를 세우면 자신의 높은 이름을 없애고 저잣거리 시정배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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