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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결혼식 주례사로 검색해 방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결혼이라는 것은 평생에 한번 있는 큰 행사이지만, 대부분 결혼식에 주례를 누구에게 부탁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나는 세상을 오래 살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았고, 누군가에게 모범이 될만한 삶을 살았다고 평가 받아 결혼식 주례가 심심찮게 들어 오고 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여서 주례를 서는 사람이나, 주례를 부탁하는 사람이나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결혼식 주례에 관해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먼저 주례선생님은 자기가 잘 알거나, 자신의 인생에서 모범이 되는 사람에게 부탁해야 한다. 그냥 유명한 사람을 주례로 초빙하면 신랑 신부의 인생이력을 알고 방향을 제시해 주기는커녕 정작 신랑 신부의 이름도 모르거나 관심도 없다. 결혼은 폼을 잡는 행사가 아니라 일가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알리고, 부부가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의 행사이다. 따라서 주례사는 새로 결합하는 부부의 인생에 방향을 제시하고, 그 이행여부를 지켜보고 조언을 하겠다는 다짐을 전달해야 한다. 이렇지 않다면 주례선생님은 그냥 이벤트 행사장의 사회자나 다를 바 없다.

 다음으로 주례선생님은 주례사를 하기 전에 신랑, 신부를 먼저 만나 부부의 인생 목표를 듣고 주례사를 해야 한다. 이들이 어떻게 살려고 하고, 무슨 인생의 목표도 모른 채 일반적이거나 뜬 구름 잡는 식의 주례사를 하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주례선생님은 새로운 부부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등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를 처음 만나 대충 주례가 하고 싶은 주례사를 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신랑 신부도 주례 선생님으로부터 뭔가 인생을 배우고자 한다면 결혼식 이전에 먼저 만나 주례사의 방향에 대해 토론을 해야 한다. 사람마다 인생의 목표가 다르고, 주례선생님과 결혼을 하는 연인의 인생 가치관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 한번뿐인 결혼식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으로 주례사를 하는 것은 주례선생님이나 결혼식을 하는 부부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이런 고민을 하기 때문에 주례를 맡기 전에 혼인을 할 연인을 불러 놓고 나의 인생과 결혼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주례를 맡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주례를 하는 사람은 신혼 부부의 인생 롤 모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유명하다고, 돈을 많이 벌었다고, 출세하였다고 롤 모델이 될 수는 없다. 결혼하는 부부도 세속적인 관점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사람을 주례선생님으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이 평생을 두고 모범으로 삼고, 따르고 싶은 사람에게 주례를 부탁해야 한다. 단순히 자신이 다니는 직장의 상사나, 종교시설의 책임자, 사회적으로 알려진 정치인 등은 주례로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 이룬 인생의 결과물이 자신의 인생목표와 같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즉 다시 말해서 자신이 종교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종교 시설의 지도자가 롤 모델로서 적합하고 주례를 서도 괜찮다. 정치나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주례는 자신의 결혼 생활 전반에 걸쳐 인생의 롤 모델이 되어야 하고, 항상 가까이에서 자신을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라면 주례로서 적합하지 않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주례를 함부로 맡지 않는다. 주례를 맡는다고 해도 신랑, 신부를 사전에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눈다. 나를 인생의 롤 모델로 삼으려는 의지가 있는 지도 살펴보고, 나와 인생철학이 맞는 지도 파악한다. 이래저래 다른 사람의 인생에 관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주례를 맡는 것은 좋은 경험이지만, 주례를 하는 순간 새로운 부부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빚을 앉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고민을 하는 젊은이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나의 생각을 한번 적어 봤다.



얼마 전에 결혼식 주례사를 서게 되었다. 아직 나이(?)가 나이인지라 고사를 하였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까지 몰려서 부탁을 받아 들였다. 물론 승낙을 하고 나서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부부의 중요한 결혼식에서 인생에 간직하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주례사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며칠 잠을 뒤척였다. 결혼식 후 참석한 여러분들이 주례사 내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아주 멋진 내용은 아니지만 공유하고 싶어서 정리해 본다. 주례사 중 일부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오늘 결혼을 하는 부부와 결혼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살면서 귀담아 들었으면 하는 몇 가지 주제를 가지고 고민을 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인생의 본질적 가치, 즉 본원적 자산인 지식, 경험에 투자를 해야 한다. 비싼 옷을 입거나 맛있는 음식을 사 먹는 즐거움을 쫓기보다는 책을 사보고 훌륭한 선후배들과 교류함으로써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여 급여를 더 받으려고 노력을 해야지, 자신의 노력과 관련이 없는 주식, 부동산 등으로부터 이익을 얻겠다고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직업의 시대에서는 진정한 전문가만이 대접받게 된다. 특히 자신만의 깊은 지식과 경험은 누구도 훔쳐가거나 흉내내지 못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학교 졸업하면 공부와 담을 쌓게 되는데 이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직장 생활하면서 하는 업무는 대단한 것 같지만 조직을 떠나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공자가 남아수독 오거지서라고 하였는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의 기준으로 어느 정도라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자기 분야에 500권의 책을 읽으면 최고의 전문가가 되고, 다양한 분야에 1000권의 책을 읽으면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하여도 막힘이 없고, 2000권의 책을 읽으면 세상만물의 이치를 통달하여 세상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고 하였다. 2000권이라는 숫자는 일주일에 1권의 책을 읽는다고 하여도 앞으로 최소한 40년간 게으름 피우지 않고 노력해야 하는 엄청난 분량이다. 오늘부터 열심히 노력해서 2000권을 읽은 날 세상이 나를 알아보고 국가를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굳게 믿어도 좋다.

둘째 자기 자신에게 투자를 해야 한다. 자식에게 너무 무리한 투자나 기대를 하지 않아야 한다. 학원, 사교육 등을 시킨다고 소득의 많은 부문을 투자하여 자신의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 학원 4개 보내기보다는 아이를 학원 2개 보내고 나머지 금액은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 중년 이후에도 새로운 지식을 쌓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자식에게 공부만 잘 하라고 하거나 너만 믿는다는 식의 말을 하면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자신이 열심히 사회 생활하게 되면 자식은 저절로 따라 배우게 된다. 스스로 모범이 되면 매일 강조하지 않더라도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된다. 특히 내 인생은 이제 끝났고 자식보고 산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내 인생이다. 내가 잘 되야 가족도 잘 되고, 자식도 잘 되는 것이다.

셋째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대부분의 전문가와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고 하는데 이는 소수의 유명한 예술가에 해당하는 말로써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제 80, 100세까지 사는 시대가 오고 있다. 결혼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이 부족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부문이 많아 힘들어 서로 다투기 쉽다. 지금 결혼해도 앞으로 최소한 50, 60년은 같이 살아야 하므로 조금씩 채워가면서 좋은 때를 기다리면 된다. 너무 성급하게 상대에 대해 평가를 하지 말고 50년 이상 살아보고 평가해도 늦지 않다. 인생은 끝이 좋아야 모두 좋다고 한다. 젊어서 호의호식하고 유명해지고 권력을 얻는다고 하여도 지키기도 어렵고 죽을 때까지 유지하기도 어렵다. 내가 한 발짝 한 발짝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부와 명예, 권력은 죽을 때까지 지킬 수 있다. 이제 분가를 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므로 부모를 원망하거나 부모에게 기대지 말고 자신의 노력으로 인생을 펼쳐나가야 한다.

이상이 나의 첫 주례사이다. 큰 부담 속에서 준비한 내용이지만 개인적으로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앞으로 좋은 기회가 생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주제의 주례사나 강연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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