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희망찬 미래로 날다] “인간 상상대로 탑재 가능… 드론은 올라운드 플레이어”
‘드론학 개론’ 펴낸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입력 : 2018-05-08 18:59:12 수정 : 2018-05-08 18:59:12
“인공지능(AI)도 눈에 보이지 않고, 사물인터넷((IoT)도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드론은 눈에 보이죠.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할 수 있으니까 4차산업 혁명이라 말하기 편한 거죠. 그런 측면에서 드론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겁니다.”
지난 3월 드론 기술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담은 ‘드론학 개론’을 펴낸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드론이 할 수 있다. 드론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드론의 활용도를 높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드론학 개론’은 국내에서 드론 문제를 학문적 차원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체계화한 최초의 입문서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은 민 소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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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드론학 개론’을 집필한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미래 드론의 잠재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드론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잠재력이다. 드론 자체만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비행기를 축소한 모형 같다. 드론에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탑재할 수 있다. 산업용으로도, 군사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군대로 치면 정찰이나 군수물자 수송, 지뢰탐지, 공격 등 지금까지 군인이 했던 모든 업무를 드론이 대신할 수 있다. 민간분야도 마찬가지다. 드론에 소화기를 장착하면 불을 끌 수 있고, 페인트 붓을 붙이면 사람 대신에 건물 외벽에 페인트칠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올라운드 플레이어(all-round player·어느 역할이나 능숙한 선수)다.”
-주목은 받지만 활용 수준은 제한돼 있다고 보는데.
“드론을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의 행동에 따라 가치사슬(Value Chain)이 형성된다. 생산·유통·판매를 포함한 단계마다 부가가치와 이익이 창출돼야 한다. 현재 국내 드론 활용 수준은 공중에 띄우는 것에 집중돼 있다. 심리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그것만으로 부가가치가 창출되지는 않는다. 국내 드론 산업 발전이 더딘 것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술력 부족도 문제이지만 드론을 만들어 어디에 써야 할지를 모르는 게 국내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드론을 이용한 낚시대회는 또 다른 발상의 전환이며 도전이다.”
-정부 규제 완화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유럽에서도 드론에 대한 규제가 있다. 그런데도 드론 산업은 우리나라보다 발달해 있다. 규제 때문에 산업 발달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중요한 것은 민간분야의 역할이다. 기업은 드론이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찾아내야 한다. 드론 제작이 활발한 중국도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 오로지 시장의 힘으로 움직인다. 그에 비해 우리는 드론을 어떻게 활용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중국이나 일본, 인도 등 다른 나라가 드론을 활용해 어떻게 이익을 창출하는지 살펴보고 우리 실정에 맞게 변형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드론을 사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는.
“농업 분야라고 생각한다.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거나 씨앗을 뿌릴 수 있다. 농작물의 생육 상태도 점검할 수 있다. 산비탈에 포도농장이 있는 경우 산 정상과 계곡 밑의 포도 숙성도가 조금씩 다를 것이다. 옛날에는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확했지만 드론을 사용하면 산 정상의 포도는 언제 따야 하는지, 중턱에 있는 포도와 골짜기의 포도는 언제 수확해야 할지를 세밀하게 점검할 수 있다. 고품질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고, 그것을 이용해 좋은 와인을 만들면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현재 그렇게 하는 나라들이 있는가.
“중국 농촌은 청년들이 도시로 이주해 노인만 남아 있다. 기존 방식으로는 넓은 농토를 경작할 수 없다. 그래서 농사를 지을 때 드론 활용도가 높다. 중국 신장(新疆)을 비롯한 서부지역에서는 면화를 재배한다. 여러 대의 드론을 동원해 드넓은 면화 밭에 농약을 뿌린다. 서리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으면 드론에 생장 촉진제를 담아서 뿌린다. 서리 피해를 막고 면화를 조기에 개화시켜 수확하는 방식이다. 수확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막대한 이익은 부산물이다. 농촌 인력이 부족한 일본도 드론 애용국이다. 일본의 경우 예전에는 항공기로 들판 전체에 농약을 뿌렸지만 이제는 드론을 이용해 특정 지역만 농약을 칠 수 있다. 훨씬 경제적이다. 일본은 농경지의 50% 이상이 드론으로 농사를 짓는다. 드론 수요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드론 산업이 발달해 있다.”
-우리도 할 수 있지 않나.
“한국은 중국처럼 농토가 거대하지도 않고 농사를 못 지을 만큼 황폐한 땅도 많지 않다. 드론을 농사에 쓰려면 드론 1대로 10명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 정도가 아니다.”
-사물인터넷과도 연계가 가능할까.
“사물인터넷의 본질은 기계와 기계의 상호통신이다. 사물인터넷에 드론을 적용하면 군집비행이 가능하다. 드론끼리 임무를 인계한다. 임무를 인계받은 드론은 자기 임무를 재조정하기 위해 다른 드론에 통신을 보내면서 의사결정을 한다. 그것이 바로 사물인터넷 기술이다. 자기들끼리 의사결정을 하면서 교류하는 것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전 세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드론 오륜기 쇼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드론 1218대가 한데 모여 펼친 군무(群舞)로 드론은 미래 산업의 핵심 요소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산업기반이 없는 나라들도 군용 드론을 만든다고 한다. 드론 기술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것일까.
“비행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많다. 하지만 상용화된 항공기를 제작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안전과 신뢰도 문제 때문이다. 드론도 마찬가지다. 간단한 기술로도 만들 수는 있다. 그런데 안전과 신뢰도가 확보되는 나라는 미국, 이스라엘 정도다. 물론 자국에서 개발한 드론을 자국 군대에서는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안전과 신뢰도가 확보되지 않으면 수출을 할 수 없다. 춘추전국시대처럼 수많은 나라가 군용 드론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대규모 상용화에 나서는 나라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군용 드론은 신뢰도가 없으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드론학 개론을 쓴 이유는.
“드론에 관심이 많았다. 국내 드론 자료가 대부분 내용이 유사하다. 본질에 주목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 드론으로 일자리와 산업을 창출하자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없더라. 그런 것들을 찾아보려면 해외 사례를 봐야겠다 싶어 해외 자료를 보며 공부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사진=이제원 기자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은
●경남 산청(50) ●호주 시드니대 ●국방부 정보부대 정보분석관 ●㈜에이스엠이 대표이사 ●㈜생각과 창조 이사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2005년 10월~현재) ●저서 ‘비즈니스 정보전략’ ‘국가정보학’ ‘총성 없는 정보전쟁’ ‘드론학 개론’ 등
[출처 :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