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SWEAT Model'을 적용하여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2년 하반기에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하여, 10월 17일자 신문 부터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 14일자 신문에 실린 [긴급진단/경제민주화][민진규칼럼]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5회 기사를 소개합니다.
[긴급진단-민진규의 경제민주화 칼럼]
<민진규 칼럼>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5)
인간다운 생활 위한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기능 정상화·복지정책 확대 필요
공정한 거래질서·복지 확립으로 달성
균형 있는 경제 성장 통해서만 가능
2011년 9월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시위가 일어났다. 소득양극화와 경제난을 촉발한 세계에서 가장 탐욕스러운 금융기관들이 밀집한 월가에 분노한 군중이 모여 불평등한 경제구조를 타파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급기야 이 시위는 동년 10월 15일 25개국 400여 개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될 정도로 확산되었다. 2012년 9월 12일 홍콩 HSBC은행 본점 앞에서 벌어지던 시위대가 강제로 해산되면서 종료되는 듯하였으나 9월 19일 뉴욕 등지에서 1주년 기념 시위가 벌어지면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점령하라’는 구호로 시작된 시위가 전 세계로 급속하게 확산된 이면에는 소득불균형에 대한 대다수 사람들의 분노가 있다. 소위 말하는 99%의 다수가 1%를 향한 감정의 표출이었다. 1980년대 이후 유행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기득권을 가진 소수에게 이익을 독점할 수 있게 하고 기득권을 가지지 못한 다수는 더욱 가난해져 경제기반 자체를 붕괴시켰다.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생공존(共生共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지 않는 이상 어떤 국가나 경제체제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경쟁에서 패한 다수의 약한 자를 구제하기 위한 방법이 사회복지이고, 이는 소득의 분배를 위한 사회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복지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다. 생활무능력자의 국가차원 보호, 근로의욕이 있는 사람의 근로기회제공, 근로자의 최저임금 보장, 균등한 교육 기회의 부여,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 등이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기본조건이다. 문제는 ‘국가의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준수해야 할 원칙은 시장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적 자치와 시장질서를 해치지 않으면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다. 경제적 평등과 소득분배를 위해서도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하고, 모든 국가행위는 법률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다수의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복지도 법치주의 원칙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가 국법질서를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을 준수하면서 소득분배를 가능케 하는 방법은 크게 시장기능의 정상화와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뿐이다.
먼저 시장기능의 정상화를 통한 소득분배를 위해서는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거래질서는 정부와 기업, 기업과 기업, 기업과 개인, 개인과 개인 모든 상황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본주의는 수요(demand)와 공급(supply)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market)이 장기적으로 공정한 거래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실제 시장은 이론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기업과 기업만 보더라도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중소기업을 부당하게 대우하면서 대기업이 이익을 독점하는 현상이 고착화되었다.
정운찬 전 총리가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는 개념정의가 어렵기는 하지만 고민할 가치는 충분하다. 일부 경제단체는 이 용어가 사회주의 냄새를 풍긴다는 이유로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도입의지는 훌륭하다고 평가해야 한다. 정 전 총리도 나름 고민을 하고 한 말이지만 정치권뿐만 아니라 재벌과 언론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결국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쓸쓸하게 퇴장했다. 특히 배분방법을 제시하면서 현실성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질서를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의지는 좋았다.
다음으로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는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고, 자립의지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부자로부터 세금을 걷어 가난한 사람에게 적정한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복지다. 한국속담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 한다’는 말이 있다. 가난에 대한 사회불만을 완화시켜 신분제를 유지하고자 한 양반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말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인간사회의 불평등은 영원한 숙제라는 식의 주장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과도한 복지’는 근로의욕을 감퇴시켜 가난을 고착화시키기도 한다. 부자가 세금을 더 내 가난한 사람을 돕는다는 의미의 ‘부자증세’도 과도할 경우 돈을 향한 근로욕구를 감퇴시켜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의문점이 든다. 복지가 과연 적정한 소득의 분배창구로 활용이 가능할까? 현재까지 복지제도가 잘 되지 않아서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소득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것일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다음 경제학의 근본 고민을 해결해야 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세상에 모든 사람이 풍요롭게 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자원이 유한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복지의 출발점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더 많은 가치(value)를 창출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 금융이라는 예외의 산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산업은 근로를 통해서만 가치(value)를 창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가 주장한 노동가치설을 받아들이자는 것은 아니다.
서양 중세 귀족들은 일을 하지 않고 먹고 사는 것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겼다. 조선의 양반들도 글을 읽고 풍류를 즐기는 것을 최고로 쳤고, 노동을 천시했다. 천년 제국 로마의 근간은 근로와 사회적 책무를 숭상했던 시민들이었다. 세계 최고 강대국인 미국도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청교도 정신을 기반으로 건국되었다. 노동을 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향유하는 계층과 집단이 늘면 국가는 망한다. 이런 유형의 집단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도 실천하지 않고 오로지 권리만 주장한다.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의 두 번째 목표인 적정한 소득의 분배는 공정한 거래질서를 통한 시장기능 회복, 노동을 근간으로 사회가치 창출을 기반으로 한 복지확립으로만 달성될 수 있다. 공정한 거래질서는 이미 만들어진 법률과 제도의 운영을 통해서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복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치열한 건설적 토론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단순히 복지확대나 소위 말하는 보편적 복지만으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 소득분배를 통한 양극화 해소도 경제민주화의 첫 번째 목표인 균형 있는 경제성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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