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수험신문 · 고시위크 | 2018.10.01 12:43 입력
국가정보원의 직원이 되는 길은 정기공채와 수시 특채가 있다. 정기공채는 매년 8월경에 실시되는 7급 공채가 가장 일반적이고, 수시 특채는 결원이나 추가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교를 졸업한 20대가 청운의 꿈을 품고 국가정보원 직원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경험을 쌓다가 국가의 부름을 받아 국가정보원 직원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부분은 공채로 채용하지만 특채의 규모도 작지 않다.
예를 들어 2018년 8월 개봉해 약 5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 ‘공작’의 주인공인 흑금성도 특채를 통해 안기부의 직원이 됐다. 국군정보사령부의 소령 신분으로 대북 관련 업무를 수행하다가 안기부의 눈에 들어 군에서 전역을 했다.
군에서 국가정보원의 해외정보, 국내정보, 북한정보, 비밀공작, 방첩 등과 연관된 업무에 종사하다가 국가정보원에 특채로 입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편이다. 또한 정보통신, 암호, 국제통상 등의 분야에서 석사, 박사 등의 학위를 취득하고 관련 민간 분야에 근무하다가 특별하게 채용되기도 한다. 국가정보원이 특채를 하는 분야와 임용직급, 전형방법 등을 살펴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 업적을 쌓은 경우에만 특채될 가능성 높아
지난 10여년 이상 국가정보원의 특채 유형을 살펴보면 전문자격증, 학위, 업무경력 등 3가지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개별 채용유형에 따라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문자격증은 변호사, 회계사, 의사, 약사, 간호사 등으로 나눠진다. 과거에는 사법고시나 군법무관 시험을 합격한 후에 변호사가 됐지만 이제는 로스쿨을 수료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최근 변호사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달라지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변호사를 5급으로 채용하다가 6급, 7급으로 내려온 이후 현재는 대부분 7급으로 채용한다.
회계사는 변호사 비해 상대적으로 자격증의 희소성이나 취득 난이도가 높지 않아 7급으로 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무사, 변리사 등도 변호사보다는 대우가 낮았지만 현재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의사는 전문의 자격증을 소지한 경우를 말하며 지난 10여 년 동안 내과와 안과 등의 전문의를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민간 병원에서도 전문의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국가정보원에 의사로 취업하려는 수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의에 대한 내부 수요도 많지 않아 채용 주기는 매우 불규칙적이다.
약사와 간호사도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민간에서 수요도 높고 정년까지 근무하려는 의지도 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의사와 마찬가지로 해당 자격증에 대한 국가정보원 내부 수요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학위취득자는 대학졸업자인 학사는 7급 공채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박사와 석사로 구분된다. 박사는 5급, 6급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특정 분야의 전공자로서 두드러진 연구실적을 가진 경우로 한정된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주요 국가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국가정보원과 협업을 하다가 특채로 채용되기도 한다. 일반 인문과학보다는 최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자연과학 등을 연구하는 박사학위 소지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
석사학위 소지자는 특채로 채용될 가능성이 크게 높지는 않다. 석사과정 2년 공부한다고 해서 전문지식을 많이 쌓았다고 보기도 어렵고, 학사학위 소지자로 특정 업무에 경험을 2년 이상 쌓을 경우에 석사학위 소지자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례가 많은 것도 석사학위를 크게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
학위를 취득해서 국가정보원에 특채로 입사하고자 한다면 가급적 박사학위까지는 취득하는 것이 유리하고, 인문과학보다는 자연과학, 정보통신기술 영역 등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 박사 학위 이후에도 국가연구소나 해외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양질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업무경력은 연차 별로 구분해서 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 ~ 5년 미만은 경력자라기 보다는 신입이라고 보기 때문에 7급으로 채용한다.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사원이나 대리 직급까지는 경력자로 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3~5년 경력직원은 7급, 5~7년 경력직원은 6급, 10년 이상은 5급으로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5년 이상 경력자라고 해서 모두 6급으로 채용하는 것은 아니고 7급으로 채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14년 영상제작, 수사 등은 경력 5년 이상 지원자로 7급으로 채용했다. 영상제작은 방송사 및 프로덕션 영상물 기획, 편집, 제작 등에서 경력을, 수사는 군사기밀보호법, 군형법 등 군 수사경력을 각각 5년 이상으로 요구했다.
경력직으로 국가정보원에 특채가 된다는 것은 자기 분야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려 관련 업계의 종사자들이 알 수 있을 정도로 돼야 한다. 또한 국가정보원의 직무와 유관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할 경우에 채용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특채는 전문자격증, 박사학위와 같은 학위 소지, 주요 업무에서 경력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전문자격증을 소지한 경우에는 특별한 수요가 있을 때 비정기적으로 채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채용인원도 많지 않다. 박사학위나 업무경력도 국가정보원의 업무와 유관할 경우에만 채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논술과 전공지식도 학창시절로 되돌아가 준비하는 것이 유리
국가정보원 특채의 전형방법을 보면 논술, 전공지식, 면접 등으로 구성된다.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고도로 전문화된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일반 공채와는 다른 전형과정을 겪게 된다.
예를 들어 영화 ‘공작’의 흑금성은 국군정보사령부에서 대북공작업무를 하다가 국가정보원에 특별 채용됐다. 공식적으로 면접을 보지는 않았을 것이고, 국가정보원 관련 부서 직원, 부서장 등이 비공식적인 면담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흑금성의 경우에 이미 오랫동안 관련 업무를 수행했고, 군에서 근무한 기간 동안 근무성적, 주위의 평판이 있기 때문에 판단할 자료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단의 근거가 많지 않은 다른 전문가나 경력자는 공식적으로 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다.
우선 시험과목을 보면 논술, 전공지식 등으로 구성된다. 논술시험은 7급 공채와 마찬가지로 국가관, 윤리관 등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본다. 논술을 통해 논리적 사고, 합리적 판단기준 등을 갖고 있는지도 평가할 수 있다.
대개 전문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2차 시험에서 논술을 보고, 석사 및 박사는 학위논문을 제출하기 때문에 논술시험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자격증 논술시험이나 학위논문이 고도의 논리성을 갖춘 글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전공지식도 대학의 수준이나 학과별로 차이가 많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실제 국내 대학에서 학위 전공자가 배우는 과목은 유사하지만 수업의 질, 논문의 수준은 학교나 교수 별로 천양지차이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로 불리는 서열이 높은 대학도 지도교수의 능력과 수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전문지식을 과대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학창 시절로 되돌아 간다는 심정으로 새롭게 공부하는 것이 합격에 유리하다.
필자도 경력자나 학위 소지자로 국가정보원 특채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석사나 박사 과정 당시의 교과목을 심도 깊게 공부하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학위를 취득한지 오래된 경우에는 자신이 하는 업무 이외에 지식은 모두 잊어버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전문가와 경력자의 입장에서 면접을 준비하는 것도 고민거리이다. 예를 들어 7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경우에는 자신이 면접자가 아니라 면접관으로 남을 평가해 본 경험을 가진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면접자와 면접관의 입장 차이가 있고, 남의 평가해본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는데 소홀히 한다. 아니면 자신의 능력과 면접 태도를 과신하기도 한다. 모두 국가정보원의 면접을 준비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필자를 찾아온 어떤 경력자의 경우에 공무원 근무경력이 15년이 넘었는데 국가정보원 특채를 지원해 면접을 고민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부서의 책임자로서 부하직원과 신입직원의 면접과 평가를 담당하면서 면접자의 자세는 정작 잊어버린 것이다.
관리자로의 예리한 질문을 하는 자세는 매우 훌륭했지만 면접 대상자로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미 인생에 대한 가치관과 소신이 뚜렷했기 때문에 필자가 조언해 줄 수 있는 말은 한계가 있다. 다만 15년 전 본인이 면접을 준비할 때를 생각해보고, 그동안 면접자를 평가할 때 어떤 점을 눈여겨봤는지 ‘역지사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
풍광이 좋은 커피숍에서 만나 딱딱하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공무원도 자신감을 회복한 후 돌아갔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래도 잊지 않아야 한다.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어려운 시절이나 좋지 않은 기억은 잊고 싶어하지만 과거 속에서 교훈을 찾아 ‘전철’을 밟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인생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유학의 오경(五經) 중 하나인 예기(禮記)에 나오는 ‘교학상장’이라는 말과 같이 필자도 수 많은 수험생들을 통해 인생을 새롭게 배우고 있는 중이다.
– 계속 –
* 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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