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수험신문 · 고시위크 | 2018.10.08 17:38 입력
2000년대 들어 한국의 드라마(K-Drama), 음악(K-POP) 등이 전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소위 말하는 ‘길거리 캐스팅’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길거리 캐스팅’은 말 그대로 감독이나 관련자들이 길거리에서 배우나 가수의 후보자를 캐스팅하는 것을 말한다.
영화 공작의 주인공인 흑금성도 중견 간부가 거치는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국군정보사령부 공작단에 발령을 받은 이후 안기부 직원으로 특채가 됐다. 경력자이기 때문에 7급 공채에서 필요한 서류전형과 같은 절차는 없었다.
2013년 주원과 최강희가 출연했던 ‘MBC드라마 7급 공무원’에서 주인공인 주원이 7급 공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서류 전형과 같은 세부적인 내용이 다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7급 공채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서류 전형에서도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영화나 TV드라마 등에서 국가정보원을 다루면서 인기가 높아져 매년 지원자가 늘어나고 있다. 시험장의 규모, 시험관리의 애로, 국가예산의 제약 등으로 모든 지원자에게 필기시험을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류에서 일정 비율을 탈락시킬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4가지 영역에 대해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서류 전형은 다른 대학 졸업생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지원하는 것과 비슷하며 대학/학과, 자격증, 외국어, 자기소개서 및 기타사항 등 4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영역별 평가내역, 준비방법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이 재학하거나 졸업한 대학과 학과는 가장 중요한 항목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 학력을 불문하고 채용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고 있지만 국정원 채용에서 대학이나 학과는 여전히 중요하다.
우선 대학은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 중위권 대학과 같이 인지도가 높은 대학이 유리하다. 해외대학을 졸업한 지원자도 많이 증가했는데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유명대학이 좋다. 해외에서는 유명한 대학이지만 한국인이 잘 모르는 대학은 불리하다.
과거 국내정보가 중시될 때는 지방 소재의 국립대 출신도 합격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정보관(I/O)로 파견할 후보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이 낮은 대학이라고 무조건 합격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실력을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중요하다.
다음으로 학과는 상경, 법학, 공학, 외국어 계열이 다수를 점유하고 있다. 인문학, 자연과학, 예체능계 등과 같은 학과의 출신자는 지원자도 많지 않고, 합격하는 비율도 높지 않다. 국가정보원의 업무가 국내정보, 방첩 등이 중요할 때는 상경이나 법학 관련 학과가 유리했지만, 해외정보, 과학기술정보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외국어나 컴퓨터 관련 공대의 수요가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학점은 4.5점 만점 기준으로 3.5 ~ 4.2 정도 수준의 지원자가 많은 편이다. 학점이 3.5이하라고 해서 서류전형에서 무조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출신 대학, 학과 등에 따라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난이도가 있다는 점도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 대학의 학점에 대해 어느 정도 가중치를 제공한다고 봐야 한다.
둘째, 자격증은 일반 자격증과 무도 자격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일반 자격증으로 정보처리기사, 산업기사 등이 있다.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공대생이 아니라면 컴퓨터 자격증으로 대부분 취득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무난하다.
과거에는 한자자격증도 많이 취득했는데 요즘도 마찬가지이다. 종합교양 시험을 준비한다는 측면에서도 인기가 높았는데, 종합교양이 없어지고 국가정보적격성검서(NIAT) 과목이 생기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다른 하나인 무도 자격증은 태권도, 검도, 유도, 합기도만 인정되고 공인 3단 이상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국기원, 대한검도회, 대한유도회, 대한기도회, 대한합기도협회 등 5개 단체에서 발급한 자격증만 인정된다. 자격증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외국어는 영어, 기타 외국어로 구분할 수 있다. 영어 시험성적은 모든 수험생이 똑 같이 제출해야 하고, 기타 외국어는 외국어 채용분야에 지원하거나 자격증을 소지할 경우에 가산점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영어 시험은 TOEIC, TOEFL, TEPS, FLEX 등을 인정해 준다. 영어 스피킹은 TOEIC 160점, TOEFL 26점, TEPS 70점, FLEX IC, G-TEPS Level 2, OPIC IH 이상의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 기타 시험의 경우에 시험성적이 만점의 90% 이상이 되는 것만 인정해 준다.
다음으로 기타 외국어는 중국어, 일본, 불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이 자주 채용하는 외국어에 해당된다. 중국어는 신HSK 5급, 일본어는 JLPT N1, 불어는 DELF/DALF B2, 스페인어는 DELE B2, 러시아어는 TORFC Level 1 등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
넷째, 자기소개서 및 기타 사항에서 자기소개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국정원에 입사하려는 목적,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 성취한 경험, 지원하는 분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신의 지식과 기술, 국가와 사회에 봉사했거나 헌신한 사례 등 4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과거에 자기소개서는 단순한 서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서류전형뿐만 아니라 면접시험에서도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내용을 질문하는 등 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기타 사항은 병력, 다른 자격증의 소지로 인한 가점 등이다. 우선적으로 모두 병력을 필했거나 면제받은 경우에 국가정보원 7급 공채에 지원할 수 있다. 병력을 필하지 않은 여성도 지원이 가능하며 장교, 부사관, 사병 등도 구분하지 않는다. 군대 생활 중 상해, 기타 사유로 의가사 제대를 한 경우에도 병력을 마쳤기 때문에 지원이 가능하다.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통‧번역사 등의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서 일반 공채에 응시할 경우에 자격증을 제출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정보원이 이와 같은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을 수시로 채용하고 있지만 공채에 지원하는 것도 무방하다.
결론적으로 국가정보원이 서류전형을 평가할 때는 대학 및 학과, 자격증, 외국어 성적, 자기소개서 및 기타 사항 등 4가지 영역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한가지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해도 다른 영역이 부족하면 서류 전형을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서류전형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서류전형은 출발점에 불과하고 최종합격까지는 멀고 험난한 여정이 남아
2005년 이후 지난 13년 동안 국가정보원의 공채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지도 및 상담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했다. 국가정보원이 공채 과정이나 서류전형 등의 기준에 대해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험생은 선배나 친구 등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부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밖에 없다.
필자도 국가정보원의 공채를 담당하는 인사부서 현직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100%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오랜 기간 동안의 경험과 다양한 사례분석을 통한 결과만 제시할 뿐이다. 국가정보원 7급 공채 서류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염두에 뒀으면 바라는 당부 몇 가지만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이나 학과, 학점의 중요성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가정보원 공채뿐만 아니라 공기업, 대기업을 막론하고 서류전형에서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이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상위권 대학이라고 해도 선호하는 학과를 무시 못한다. 대학과 학과가 합격을 100%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문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시작되면서 대학이나 학과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서류전형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최종 합격하기까지는 필기시험, 면접, 신원조회 등의 단계가 남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우연히 서류전형을 합격해도 최종합격을 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
졸업생이라면 대학이나 학과를 바꿀 수 없으므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증을 충분하게 취득하는 것이 좋다. 정보처리기사, 한자자, 무도, 제2외국어 등의 자격증을 있을 경우 다른 지원자에 비해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둘째, 영어 성적도 중요한데, 대학이나 학점 등이 다른 지원자에 비해 열등하다고 생각되면 영어성적이 높은 것이 유리하다. 지원분야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수험생은 TOEIC을 기준으로 보면 750점에서 850점에 가장 많이 분포한다. 간혹 750점 이하로도 서류전형에 합격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지는 않았다.
TOEIC 점수가 900점이 훨씬 넘는 수험생도 많은데 너무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시험을 반복적으로 치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TOEIC 성적이 영어에 대한 실력을 어느 정도 평가할 수는 있지만 말하기, 듣기, 쓰기 등과 같은 종합적인 능력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초중고등학교 혹은 대학교를 졸업한 지원자가 많이 늘어났다. 고등학교 이상 외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3년 이상 재학했거나 해외에서 3년 이상 체류한 경험자의 경우에는 다른 지원자에 비해 크게 유리한 편이다. 단순하게 체류한 정도가 아니라 해당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을 때에 한정된다.
셋째,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 가치관, 국가관, 살아온 이력 등을 충분하게 표현할 수 있는 유리한 통로이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 일부 수험생의 경우에 자신이 경험하지도 않은 내용이지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미사여구’로 포장하기도 한다. 면접과정에서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있는 사실 그대로 기재하는 것이 좋다.
최소한 대학 4학년이 돼야 지원할 수 있으므로 대부분 4학년이거나 졸업생인데, 대학 및 학과는 바꿀 수도 없고, 학점도 4학년이라고 해도 1년만에 획기적으로 상승시키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자격증을 제외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자기소개서밖에 없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서류통과가 쉽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단순히 서류전형용만은 아니기 때문에 면접 등을 감안해 작성하는 것이 유리하다. 일부 수험생은 자신이 자기소개서에 무엇을 작성했는지조차 잊고 면접장으로 향하기도 한다. 면접도 요령만 익힌다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넷째, 4학년 때 우연히 시험공고를 보고 원서를 넣고 특별히 시험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합격했다는 식의 영웅담은 신뢰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상위권 대학의 소수 학과에 재학 중인 우수한 학생에게는 해당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자격증만 하더라도 준비에 몇 개월이 필요하고, 3단 이상의 무도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몇 년으로도 부족하다. 영어시험도 평소 실력으로 충분하게 900점이 넘는 재학생도 있겠지만 대부분 6개월 이상은 준비해야 한다. 자기소개서도 하루 저녁에 ‘일필휘지’로 단숨에 적어 내려 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론적으로 서류전형이 국가정보원 공채의 1단계에 해당되므로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합격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서류전형에 합격하는 것이 시험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종합격을 위해서 가야 할 길은 아직 험난하고 멀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 계속 –
*칼럼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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