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이 국정원장 임명의 논란에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월 16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된 송종환 교수님(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의 칼럼을 소개한다. 물론 이 분의 주장이 모두 옳아서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자의 한 의견으로 충분히 고민할 여지는 있다고 보여진다. 다음은 조선일보에 게재된 내용이다.
원세훈 신임 국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가정보원의 국내와 해외 파트를 합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시대에 정보가 국내·해외로 구분될 경우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하므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신임 국정원장의 주장은 신선하며 다음과 같은 점에서 지지되어야 한다.
첫째, 대체로 선진국 정보기관들은 우리와 같이 해외, 국내, 북한과 같은 요소별 구분으로 편제가 되어 있지 않고 수집·공작, 정보 작성과 배포, 지원 등 기능적으로 부서가 구분되어 있다.
둘째, 실제로 요소별 차장 구분은 차장 산하 부서 간 차단 원칙의 준수로 수집된 첩보들이 각 부서의 파일에 사장되고 유기적 협조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작
필요한 정보를 대통령 등 정부에 제공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국내 담당 차장 산하 부서! 정보 작성을 총괄할 경우 그 폐단이 더 심해진다.
셋째, 요소별 차장 구분은 그동안 국가정보기관을 해외정보기관과 국가보안 정보기관으로 분리하자는 논의를 야기하고 또 그 직책에 외교통상부와 경찰청과 같은 정보기관 밖의 부처 관리들을 임명하여 정보기관 안에 있는 직원들의 근무 사기를 떨어뜨리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넷째, 기능적 개편은 그동안에 있은 잔손질 수준이 아니라 1961년 국가정보 기관이 설치된 이후 48년 만에 이루어지는 혁명적 개혁으로서, 2008년에 있은 새 정부의 부처 개편 취지인 기능적 통폐합과도 일치한다.
국가정보기관이 편제를 기능적으로 개편하는 것만으로 탈정치, 탈권력 기관으로 면모를 일신하기가 어렵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검토하여야 할 일들이 있다.
첫째, 선진국처럼 정책 수립·집행과 정보생산·배포에 분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대공·외사·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 조직 등 국가안전에 관한 고유의 보안정보활동과 함께 국정운영의 사전 지식이 될 정보의 수집 평가와 배포만을 담당해야 한다. 정부 각 부처 고유의 정책 수립, 조정, 집행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면 안 된다.
둘째, 대부분의 선진국 국가정보기관에는 국가안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국내정치 관련 정보를 수집, 생산하고 정치공작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는 점이다. 국정원도 정당, 정치인, 고위 공직자 동향 등 사찰 성향의 첩보 수집을 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고 실제로 그러한 정보활동과 생산을 하는 부서를 폐지해야 한다.
국정원이 고도의 기술정보 활동을 총괄 지휘할 과학기술차장을 신설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2012년 4월 17일부 전시작전권 전환과 특히 최근 부쩍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시험, 발사 움직임에 비추어 우방과의 정보협력 강화와 함께 시급하게 취해져야 할 조치로 보인다.
신임 국정원장 취임 후 이른 시일 내 조직과 직무 등에 관한 개혁 복안이 구체화하여 21세기의 변화된 안보환경에 부응하는 순수한 의미의 선진 첨단 정보·보안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하여 마지않는다. 기존 편제에 오랫동안 익숙해온 내부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상의 혁명적 조치들이 구체화된다면 국정원은 국익을 위해 필요한 정보기관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며, 직원들도 정권유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직자임을 자부하면서 보람을 느끼며 근무할 수 있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