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화두가 평생직업이다. 이미 IMF를 겪으면서 한국사회에도 이제 더이상 평생직장이라는 것에 연연하는 직장인은 없다. 이처럼 직업의 선택은 누구에게나 매우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적성에 적합한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즉 일을 하면서 즐겁고 또한 먹고사는데 걱정이 없어야 한다. 물론 먹고 산다는 것이 매우 모호한 개념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직장인의 기준으로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어떻게 직업을 선택할까? 최근에 노동부가 현대리서치에 의뢰해서 전국 15~34세 1,00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기 직업 및 진로교육필요성'에 관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주요한 조사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직업관에 영향을 미친 것
- TV연예인 및 스포츠스타(23.1%), 친구및선배(14.0%), 사회저명인사(7.7%), 학교선생님(7.2%), 신문및잡지 등 인쇄매체(3.3%), 공공및민간지로지도프로그램(2%)
2. 직장경험이 있는 20~30대의 26.2%가 직업선택에 TV연예인 및 스포츠스타의 영향을 받음
3. 직장경험이 있는 20~30대의 61.5%가 청소년기의 직업및진로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낌
4. 응답자의 51%가 실질적으로 직업선택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함
5. 도움이 되는 직업교육프로그램 순위
- 인턴십등직장체험(1위), 진로관련전문가강연(2위), 직업흥미및적성검사(3위)
6. 청소년들이나 취업준비생이 이용가능한 직업및진로관련 교육프로그램이 충분하지 않음(80.3%)
충격적인 내용이다. 대부분 고등학교 성적으로 대학과 학과를 정하고, TV를 보면서 직업을 선택한다는 현실이 투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고등학교 진학지도선생님의 역할이 학생의 인생에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성적에 맞는 학교나 학과 찾아주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물론 이렇게 해야 유능한 선생님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생들의 대다수와 20~30대 직장인들을 만나서 이야기 해보면 자기가 왜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으며, 대학 전공이 직장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고등학교에서는 성적에 맞추어 학생들을 대학에 보내는데 급급하고, 대학은 현실과 동떨어지고 낡은 지식을 자기들의 방식으로 주입시키는 것 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 대학이 실업자를 양산하고, 대졸자들이 취직을 위해 직업교육을 다시 받아야 하고, 전공과 관계없는 임시직에나 전전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경제구조가 급격하고 변하고 있으며 기업의 글로벌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의 실업은 구조적 문제로 보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소위 말하는 3D업종과 단순직에서는 인력난을 겪고 있고, 마찬가지로 첨단업종과 고급인력 부문도 구인난을 겪고 있다. 인력이 넘치는 부문은 대부분 특성없는 관리직이나 사무직이고, 아니면 전문지식없는 대학졸업생들이다. 한사람의 천재가 만명을 먹여살리느니 하는 판에 인건비 부담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중간한 사무인력을 늘리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더 우려되는 사항은 직장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TV 등이라는 것이다. TV드라마에서 상업적 혹은 오락적으로 특정 직업이 미화되거나 호도되는 것이 비일비재하는데 이런 단편적인 정보로 평생 살아갈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짓이다.
물론 그래도 이보다 더 현실적으로 호소력을 가지고 오는 수단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전혀 현실성없거나 장래성이 없는 직업이라도 드라마의 주인공때문에 청소년들이 맹목적으로 뛰어드는 사례도 많다. 이런 현상을 단지 철없는 짓이라고 하기보다, 이들에게 현실과 미래를 보여줄 능력을 키우라고 교육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렇게 해서 낭비되는 국력과 사회적 비용을 생각한다면 교육자와 정치지도자들이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 잘 알 것이다. 노동부도 이런 내용을 발표만 하지 말고 실질적인 직업교육과 국가인력관리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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