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 앞에서 떳떳할 수 없는 제약계
윤리강령실천 내부통제시스템 갖추는 등 대책마련 절실
[기획 下]최근 들어 리베이트 수사가 전 방위로 확대되면서, 이른바 리베이트 광풍이 불고 있는 제약계. 지난해 약가인하 연동제 이후 제약업계에 살풍경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바로 내부고발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과연 적인가, 아군인가. 데일리메디는 내부고발을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봤다.[편집자주]
“리베이트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약가인하 연동제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요즘 현실에서 내부고발은 발밑의 살얼음판이나 다름없습니다.”
한 다국적 제약사 임원은 리베이트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깨끗하다”고 자신하면서도 “내부고발제도로 인한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며 이 같은 속내를 털어놨다.
크든 작든, 국내사건 외자사건 내부고발제도 앞에선 누구 하나 마음 놓을 수 없는 게 지금 제약업계의 현주소다.
때문에 제약업계가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이 왜 발생하는지부터 따져 봐야 한다.
내부고발이 발생하는 이유
지난 1970년대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퍼진 내부고발.
국내에서도
이 같은 내부고발은 어디서 시작하게 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내부고발은 ▲비합리적인 경영형태 ▲감시 시스템의 미비 ▲조직의 경직성과 의사소통의 비활성화 ▲경영진의 관심 및 의지부족 등 크게 4가지가 원인이 한 데 뭉칠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회사의 비합리적인 경영형태, 즉 제약업계에 족쇄처럼 따라붙는 리베이트가 내부고발로 이어지는 ‘불씨’로 변한다. 또 이러한 리베이트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업의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지 않는 현실은 ‘불쏘시개’가 돼 언제고 내부고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더욱이 이러한 감시체계의 부재 속에서 조직 내부의 경직성과 관료화로 이러한 문제를 의논할 상대가 없다면? ‘손풀무’가 그러한 것 마냥 불은 더욱 크게 붙기 마련이다. 여기에 경영진이 윤리경영에 대한 의식 없이 이를 조장하거나 내버려 둘 경우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처럼 내부고발은 결국 폭발하게 된다.
업계 구조상 제네릭 위주의 영업 환경 속에 ‘리베이트’를 줄 수도, 주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현실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나머지 요소들은 회사의 경영 능력에 물음표를 달게끔 한다.
기업 존폐 가르는 내부고발, 해법은 없나
국회와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부고발제로부터 제약업계가 당당해지기 위해서는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노력들이 선행돼야 한다.
컨설팅 업체인 ‘생각과 창조’의
민 대표는 “윤리강령 선포는 보편화되긴 했지만 조직의 오래된 관행 등을 거부하게 할 정도는 아니”라며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의지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4단계에 걸친 내부통제 시스템과 관련해, 앞선 1·2단계에서는 조직 내 명령계통을 따라 외부로 표출되는 제보를 사전에 회사 내부에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제약계에서 활동 중인 영업사원 대부분이 초기 수습사원일 때를 제외하고, 출근에서부터 퇴근 때까지 홀로 근무해야 하는 현실에서 회사와의 유대감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과 같은 일부 대기업들의 경우 심리상담센터를 통해 어떤 종류의 고민이든 관계없이 익명으로 상담하고, 또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인사부서의 주도 하에 고충처리반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봤을 때 나중에 개선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지적했다.
나머지 3·4단계는 내부고발자가 회사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고, 곧바로 해당 사실을 발표하거나 수사기관에 알렸을 경우 대처 방안이다.
위기관리팀을 통해 수사기관이나 언론에 사실을 숨기려고 들기보다 조직에 피해가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내부 동요로 제2의 고발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내부고발자에 대한 비난이나 처벌 등을 언급해서는 안된다고 민 대표는 설명했다.
내보고발제도 도입 앞서 대책 마련 시급
내부고발 제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다양하다. 제약업계의 내부고발 제도를 둘러싼 목소리만 해도 “리베이트를 근절시킬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라며 "더 많은 제보를 부탁한다"고 긍정적인 메시지가 국회와 정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감만 키우며 조직이 와해돼 제약산업을 고사시킬 수 있는 극단적 조치”라고 부정적 견해가 더욱 크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찬반 논란을 뒤로 하더라도 내부고발 제도가 본격적인 도입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이는 기업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메가톤급 위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민 대표가 책을 통해 설명한 대책들을, 우리 제약업계가 준비하고 있는 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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