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신세계가 위치하고 있는 유통업은 사람의 중요성이 다른 산업보다 크기 때문에 고객과 소통하는 직원들의 성실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소규모 점포에 많지 않은 종류의 제품과 몇 명의 점원을 두고 장사를 한다면 직원의 통제가 쉽기 때문에 시스템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수십 만 가지의 제품과 수만 명의 직원으로 수 천 개의 점포를 운영하려면 시스템의 도입은 필수적이다. 신세계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다섯 번째 DNA인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의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전자문서 교환시스템으로 협력업체와 100% 무서류 거래
신세계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이마트는 유통기업으로 SCM(Supply Chain Management)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SCM은 기존의 물류조달체계를 시스템으로 구축해 전산화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시스템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시 말해 SCM을 구축한 것만으로 유통기업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는 없다. 신세계의 SCM은 POS(Point Of Sales)와 EDI(Electronic Document Interchange) 시스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POS는 바코드를 이용해 매장에서 제품의 입출고를 관리하고, 판매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대부분의 매장 계산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스캐너로 바코드를 읽는 방식을 도입한다. 과거에 신선도가 요구되는 식품의 경우에는 수작업으로 관리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모든 제품에 표준화된 물류 바코드를 적용하고 있다. POS의 개념을 확장해 DW(Data Warehouse)를 구축했다. DW는 데이터창고라는 개념에 걸맞게 기존에 개별 업무나 시스템에서 관리하던 모든 데이터를 통합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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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8일 서울 이마트 왕십리점 친환경 자연주의 매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주관한 스타 셰프 토니오와 함께하는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 '저탄소 인증 농산물' 쿠킹 클래스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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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는 상품발주, 대금납품, 미납관리, 매출관리, 재고관리, 점포관리, 대금결제 정보, 세금계산서 발행 등의 주요 업무에 적용된다. 공용 인터넷과 전용선으로 모든 협력업체가 연결되어 있으며 EDI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협력업체에서 배제하고 있다. 초기에는 데이콤의 EDI시스템을 사용하다가 데이콤이 LG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자체 EDI시스템을 구축했다. EDI는 물류시스템, 주문시스템, POS시스템 등과 연계되어 있어 100% 무서류 거래를 구현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신세계가 유통기업으로 국내 산업을 주도하면서 선진시스템을 많이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유통기업과는 차이가 많다. SCM이 POS와 EDI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단순한 업무처리에 불과하다. 업무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나 변수를 감시하고 관리할 수 있는 SCM Monitoring시스템과 같은 선진화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SCM Monitoring시스템은 협력업체, 창고, 배송트럭, 점포 내부의 재고와 물류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고, 지능적(intelligent)으로 물류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고객관계관리=CRM 넘어 빅데이터 고민하지만 '시기상조'
신세계가 물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구축한 시스템이 SCM이라면 고객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구축한 것은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다. 1990년대부터 CRM개념을 도입해 고객의 구매패턴을 분석하고, 맞춤형 마케팅도 진행했다. 고객정보를 분석해 단순히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 신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 빅데이터(Big Data) 활용이다. 빅데이터란 글자 그대로 규모가 큰 데이터로 기존의 방법으로 수집, 저장, 검색, 분석 등이 어려운 방대한 데이터를 말한다. 빅데이터의 특징은 다양(variety)하고, 빠른 속도(velocity)로 대량(volume)으로 쏟아내며 가치(value)를 창출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4V로 표현된다.
최근 페이스북, 트위터, 개인 블로그 등 SNS가 활성화되면서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안으로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제조나 유통업체들이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작위적으로 수집한 수천 테라(Tera)가 넘는 데이터를 수집해 저장·분석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도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 신세계의 경우에도 빅데이터 분석기술인 ‘하둡(hadoop)’을 연구하기 위해 전문가를 영입했다.
빅데이터 관련 시장이 급팽창하고는 있지만 하드웨어에 한정되어 있고, 소프트웨어나 분석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나 투자는 아직 걸음마단계에 불과하다. 시장조사기관들은 빅데이터시장이 급팽창하고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일분 전문가들은 빅데이터도 CRM의 확장된 개념에 불과하고 투자대비 효과도 의문시된다고 주장한다. 신세계의 경우 온라인고객의 성향을 파악하고 맞춤형 쇼핑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연구하고 있지만 자체 역량으로 개발 가능한지도 의문스럽고 효용성도 평가하기에 아직 이르다.
가트너와 같은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들이 빅데이터를 ‘21세기의 석유’라고 극찬하고 있지만, 빅데이터가 단기간에 엄청난 효과를 내는 ‘마이더스의 손’이 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몇 년 동안 빅데이터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적용사례는 없다. 국내 기업들이 고객니즈 대응을 위해 구축한 CRM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빅데이터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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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센텀시티 김봉수 점장과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부산국제영화제의 프리미어 스폰서로 참가하는 후원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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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경우에도 국내에서 벌이고 있는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이 빅데이터를 활용할 정도로 복잡하지도 않아 빅데이터에 대한 투자를 늘릴 필요가 없다. 실제 빅데이터로 도출할 수 있는 사실(fact)은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올 수 있는 직관력만으로도 충분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1년에 수백억 원을 투입해 현장 직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평범한 사실을 찾아내는 것이 빅데이터라고 비아냥거린다. 빅데이터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지만 너무 몰입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시스템 구축 불구 위기관리 부재
직원들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내 SNS도 구축했다. ‘블라섬’이라는 명칭을 가진 SNS시스템은 기업소식, 결제, 게시판, 일정관리, 메일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업무공간, 참여형 제안시스템 공간인 아이디어 팩토리, 통합업무 지원공간인 신세계 광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원 누구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SNS시스템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지고, 업무 생산성도 향상되고 있다고 한다.
신세계가 직원들의 근태를 관리하고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 직원들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설립기도를 차단하기 위해 직원들의 동태를 감시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제공하는데 시스템으로 수집한 자료를 활용했다. 물품도난이나 고객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구축한 보안시스템도 본래의 목적보다는 현장 직원들의 이동이나 근무현황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용도로 악용되었다고 한다. 노사화합과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1130’, 즉 1일 1명의 직원당 30분씩 상담하는 제도도 노사화합과 고충처리보다는 노조설립기도를 차단하기 위한 용도로 악용되었다.
내부의 소통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외부와의 소통은 더 큰 문제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골목상권 침해논란이나 노조탄압 의혹, 오너의 국회 불출석 등에서 신세계가 외부의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신세계에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신세계가 작은 외풍에도 쉽게 흔들린다는 말을 한다. 이명희 회장은 자신은 1년에 한두 번 경영현황보고만 받고 경영은 모두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