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건(金白巾)의 윤리경영 대해부(12) - 주택금융공사 1 편]
국민혈세를 직원 복지예산으로 펑펑…'직원금융공사'로
내부 부정 감시제도 운영하지 않고
적발된 비리행위에 대한 자체징계의지도 약해
[그린경제=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연구팀장]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주택금융공사)는 2004년 3월 주택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국민의 복지를 증진시키고자 설립한 주택금융 총괄 공기업이다. 주요 업무는 장기모기지론, 주택금융신용보증, 주택연금, 유동화증권 발행 등이다. 홈페이지에 윤리경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윤리경영은 기업이 윤리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고객, 주주(정부), 종업원, 경쟁자, 공급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기업을 경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정의처럼 윤리경영은 기업경영이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막연한 논리도 아니고, 기업활동에 하나의 부가가치를 더해 주는 것도 아닌 기업경영 본연의 목표이자 책임이다. 윤리경영을 품질경영이나 환경경영과 같은 수준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주택금융공사의 윤리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8-Flag Model’을 적용해 보자.
인사파동 후 임명된 신임사장도 업무전문성 결여로 갈등
◆Leadership(리더십, 오너/임직원의 의지)=주택금융공사의 ‘HF vision 2020’을 보면 ‘서민과 함께하는 최고의 주택금융 전문기관’이다.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미션(Mission)은 ‘주택금융을 통해 국민복지 증진과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한다’다. 슬로건은 ‘월세는 전세로, 전세는 내집으로’다. 공사의 자료를 보면 특이한 점은 비전보다 미션을 상위의 개념으로 둔 것이다. 공사는 이런 비전과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서민지원강화’, ‘주택금융 선진화’, ‘경영시스템 혁신’이라는 3대 전략목표를 제시한다. 개별 전략목표에 대한 전략과제는 다음과 같다.
서민지원강화의 전략목표는 보금자리론 공적 기능강화, 주택보증의 안정적 공급, 주택연금 활성화, 서비스품질 제고의 전략과제로 달성할 수 있다. 주택금융 선진화는 장기 고정금리대출 정착, 유동화사업 경쟁력 강화, 자산관리시스템 고도화, 리스크관리 전문화 및 재무건전성 제고 등의 전략과제를 포함한다. 경영시스템 혁신은 사회적 책임완수, 경영자원의 효율적 관리, 조사연구 전문성강화, 미래지향적 조직문화 구축이라는 전략과제로 구성된다. 이 중 핵심가치는 서민 최우선, 혁신과 도전, 정도와 청렴이다. 그리고 개방(Open)되고 모두가 함께(Together) 열정(Passion)적인 조직문화를 꿈꾼다.
출범한 지 10년도 되지 않은 새내기 주택금융공사에게 2011년은 뼈아픈 인사파동이 있었다. 2011년 8월 낙하산 인사논란을 겪으며 취임한 김경호 사장이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자의적 내부인사를 했다는 이유로 사퇴했다. 김경호 사장뿐만 아니라부사장 및 주요 임원 대부분도 모피아 출신이다. 이후 2011년 11월 새로 취임한 현 서종대 사장은 주택금융공사가 금융업이 주업무임에도 불구하고 건설관료 출신이다.
현 사장은 ‘서민이 느끼는 행복은 우리가 흘리는 땀과 노력에 비례한다’는 각오로 일한다고 말한다.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고 도전적이며 창조적인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취임식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정·부패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택금융공사가 부정부패와 부실경영으로 얼룩져 있어 나름대로 개혁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윤리경영은 ‘외형적 겉치레’나 ‘구호’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외부 자료를 검토한 결과 현 사장 취임 이후 윤리경영이 개선되었다는 징후를 찾아보기 어렵다.
윤리헌장과 윤리경영 추진체계 구비했지만 실천의지 빈약
◆Code(윤리헌장)=주택금융공사는 2004년 12월 윤리헌장을 선포했다. 윤리헌장은 총 8개 항으로 되어 있으며 투철한 사명감, 사적 이익추구 금지, 공정하고 투명한 직무수행, 조직의 명예준수, 고객봉사, 전문지식 습득, 사회가치 존중, 상호신뢰와 협동 등이다. 같은 해 임직원 행동강령을 세부적으로 제정해 2005년, 2006년, 2008년 등 5번이나 개정·보완했다. 2009년에는 행동강령을 전면 개정했다.
행동강령은 고객에 대한 책임과 의무, 공정한 직무수행, 부당이득의 수수금지, 청렴계약의 준수, 정보관리의 투명성, 건전한 조직문화의 조성, 위반 시 조치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청렴서약서, 입찰참여자에 대한 청렴계약이행 서약서, 고객에 대한 윤리경영 실천 확약서, 임직원용 사업자보증 청렴서약서, 외부강의·회의 신고서, 금전거래(부동산 대여)신고서, 직무관련자와 골프 신고서 등 다양한 문서를 징구하고 있다.
2006년 성희롱 예방기준과 2008년 내부부조리처리신고 처리기준을 만들어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 처리 및 보상 등에 관한 내용을 정했다. 2008년에는 부패영향평가기준도 만들었다. 다른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윤리헌장, 임직원 행동강령 등 윤리경영을 위한 형식적 기반은 어느 정도 갖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Compliance(제도운영)=윤리경영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 3요소는 선진윤리경영 시스템 촉구, 자발적 윤리경영 실천문화 조성, 사회적 책임 적극추진 등이다. 선진윤리경영 시스템 촉구는 윤리경영 교육프로그램의 선진화, 윤리경영 자가점검 시스템 선진화, 윤리경영 성과 위주의 제도 구축, 헬프 라인(Help-Line) 시스템 활성화, 업무의 E-Business 확대를 통한 경영투명성 향상을 통해 실현된다. 자발적 윤리경영 실천문화 조성은 윤리경영에의 참여와 협조의 조직문화 형성, 창조적 시너지 발휘를 위한 임직원간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도모, 윤리적 인재 양성으로 달성된다. 사회적 책임 적극추진은 전략적 사회공헌 기틀 마련, 윤리경영의 대외 확산, 적극적인 환경경영 실천이 세부요소다.
윤리경영의 원활한 추진과 정착 및 행동강령의 원활한 이행 등을 위해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윤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위원은 인재개발 부장, 경영기획부장, 감사실장, 고객센터장과 외부인 2인으로 구성돼 있지만 회의 개최실적은 연간 1회 정도로 저조하다. 홈페이지에 감사제보 센터를 운영하고 감사실이 독립되어 있으며 업무독립성도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감사는 언론인 출신으로 감사원 출신의 낙하산은 아니지만 업무의 전문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직원들이 자사의 고객이 아닌 개인 5000여명의 개인신용정보를 불법적으로 조회했지만 이에 대한 징계는 부실했다. 관련 직원 누구도 중징계를 받지 않았다. 2012년 9월 감사원은 기관운영감사결과 주택금융공사가 인사담당부서의 비위행위를 인사담당부서에서 자체 조사 후 징계의결을 요구하는 등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금융기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 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수수하는 직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증규모가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까지 되면서 뇌물의 규모도 수천 만원에서 수억 원으로 단위가 크다. 내부부정을 적발할 제도도 운영하지 않고, 외부 감사기관에 의해 적발된 비리행위에 대한 징계의지도 약하다.
부실한 윤리교육과 이기적인 경영진은 자기 배만 불려
◆Education(윤리교육 프로그램)=2007년 윤리경영실천 옴부즈만단을 구성하고 성희롱 예방특강을 실시했다. 윤리경영 표어를 사내에서 공모를 하고 2008년에는 임직원 자정결의대회도 가졌다. 2009년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하는 ‘사이버청렴교육’도 수강했다. 2010년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공공기관 청렴도 준정부기관 1위, 부패방지시책 평가 최우수 기관에 선정됐다. 2011년도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공공기관 청렴도 에서 2년 연속으로 준정부기관 1위를 달성했다.
공기업의 윤리경영교육은 형식적이다 못해 부실하다. 성희롱교육은 윤리경영의 일부분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전부인 것처럼 홍보한다. 윤리경영실천 옴부즈만단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조직내부의 비리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 실직적인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매뉴얼이 개발돼야 하고 임직원의 자발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교육을 통한 인식전환이 윤리경영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연구팀 팀장
[출처:그린경제,국가정보전략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