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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견 및 칼럼소개 - 해당되는 글 239건


정치인들 자서전 출간기념회 소식을 매일 접하면서 이제 본격적인 선거철에 접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열심히 살았고, 성공한 인생을 후세의 사표로 삼기 위해 자서전을 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누가 봐도 부끄러운 인생을 자화자찬하는 식으로 자서전을 내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정치인들의 자서전 쓰기 열풍을 보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서 적어 본다.

첫째 자서전을 자신이 직접 집필하였느냐는 것이다. 한국에서 제일 바쁜 사람들이 언제 시간을 내서,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조차도 최소한 몇 개월 이상을 꼬박 투자해야 하는 일을 밥 먹을 시간조차 없는 사람들이 그것도 단기간에 하였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전문작가가 대필을 하였는데, 자신의 저서라고 표기하는 것은 사기행위이다. 외국의 유명 정치인이 자신의 자서전을 직접 쓰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대부분 전문작가가 당사자와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자료를 수집해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글을 쓰고, 저자도 전문작가가 된다. 유명인의 자서전만 전문적으로 집필하는 작가가 따로 있을 정도로 시스템화되어 있다.

둘째 자서전에 묘사된 인물이 천편일률적으로 고대국가의 신처럼 받들어지는 영웅의 일대기와 너무 유사하다. 내용을 보면 대체적으로 우국충정과 애국애족의 정신이 투철하고 어려서부터 비범하기 짝이 없었다는데 정작 현재의 하는 행동거지를 보면 시정잡배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바른 정치를 한답시고 떠들지만, 결국 모두가 가는 곳은 감옥이다. 유명인의 자서전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후세에도 귀감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기대를 하기란 어렵다. 대한민국에서 출세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 안되고, 유명인사가 되려면 교도소 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끝까지 진실을 은폐하고, 무조건 결백한데 정치적인 희생양이 되었다고 항변하는 것이 생존전략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정직한 것이 아닐까? 참 낯도 뚜꺼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셋째 본인이 자서전의 내용을 알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전문작가에게 맡겼다고 해도 최소한 내용은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책 내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대부분 책의 내용조차 알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의 내용도 자화자찬식의 성과 부풀리기나, 황당무계한 공약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말 자신이 수십 년간 고민한 내용이라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곳 저곳에서 남의 아이디어를 차용해서 어설프게 짜집기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주관적이고 황당한 내용으로 가득찬 책이 후세에 남겨 교훈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외국의 유명 정치인의 자서전은 수십 만부가 팔리고, 전세계에 번역되어 읽힌다. 하지만 한국 정치인의 자서전은 선거철에 자기들끼리 자화자찬하다가 바로 사라진다. 가치가 있어서 돈을 주고 샀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잘못 알고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국민은 유명 정치인이 신처럼 완벽하거나 무궁무진한 능력을 가진 영웅이어야 된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정치인이 학자들처럼 세상만물의 이치를 통달하고, 세상을 보는 혜안이 있을 것이라고도 기대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뭔가 부족해도,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바른 정신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믿는다. 최소한 자신을 속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도 속이지 않는 정직함만 가지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뭐가 급하고 무엇에 홀려서 허무맹랑한 작태를 중단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을 속이는 것도 부끄럽지 않는 사람들이 국민과 세상을 속이는 것을 너무나도 당당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것은 강 건너 불을 보듯 뻔하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세상에 부끄러워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것이 능력인양 당당하다. 이런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단어가 조선의 청렴한 선비들이 자신을 다스렸던 신독(愼獨)이다.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道理)에 어긋남이 없도록 한다는 말이다. 남이 볼 수 없는 어두운 방안에서조차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 그 자세를 말한다. 한국 정치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일까?



매년 새해 연초가 되면 다양한 결심을 하게 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많은 희망사항이 돈과 건강에 관련되어 있다. 살면서 이 두 가지를 고민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지상이 천국이나 다름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천국은 돈과 건강 등에 관한 스트레스가 없는 곳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기를 바라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스트레스에 대해 너무 민감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특별하게 목표를 세웠거나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강연을 하는 일을 하게 되었고, 글을 쓰면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스트레스가 나의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고, 아님 능력이 부족에서 초래되었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던 스트레스가 적정한 수준 이상으로 오게 되면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하물며 일반인의 글쓰기에 대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본다.

작년 연말에 잡코리아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이 글쓰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학력의 수준, 업무의 종류, 직급의 차이 등을 불문하고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을 쓰면서 많이 하는 실수는 두서 없는 내용, 띄어쓰기, 문법, 오타, 신조어·줄임말 등의 순으로 애로를 겪는다고 답했다. 띄어쓰기, 문법, 오타, 신조어는 문법책을 보거나 글을 쓸 때 조금만 주의를 더 기울인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부문이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두서 없는 내용에서 오는데,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영역이 아닌가 싶다. 글을 쓰면서 소위 말하는 서론, 본론, 결론으로 쓰는 것이 논리성을 살리는 것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형식을 채용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형식이 아니라 오히려 글의 내용이 논리적이어야 한다. 자신만을 위한 일기를 쓰지 않는 이상 글은 읽는 사람이 있다. 글을 읽는 사람이 글을 읽고 쉽게 이해하지 못하면 글이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글을 쓰면서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글을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이다.

글을 두서 있게 논리적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주제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A제품의 마케팅 계획을 수립한다면 왜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는지 알아야 한다. 신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한 것인지, 기존 제품의 매출이 떨어져서 회복하기 위한 것인지, 매출은 호조를 보이지만 더 확대하기 위한 것인지 등을 파악하고 그 목적에 맞게 내용을 구성해야 한다. 다음은 A제품에 관련된 주변 정보를 파악한다. 경쟁제품이 있는지, 주요 목표고객은 누구인지, 회사에서 차지하는 위상, 경쟁우위요소, 시장상황 등을 가지고 A제품을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A제품을 살 수 있는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홍보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위와 같은 단계로 마케팅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이러한 원칙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글을 두서 없이 쓰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주제에 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이 주요 이유라고 본다. 따라서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자신과 관련된 분야의 지식을 많이 습득해야 한다. 신문이나 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도 있고, 선배나 업계 관련자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도 있다. 관련 지식을 충분하게 습득하는 데는 책 수백 권 분량의 지식이 필요하나, 글의 구성이나 문법에 관한 애로는 몇 권의 책으로도 충분하다.

이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했을 것이다. 평소에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만이 글을 잘 쓸 수 있는 지름길이다. 쉽게 말하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매일 글을 쓰면서 살지만, 항상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하는 유일한 방법이 관련 지식을 충분히 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이 잘 안 쓰여지는 이유는 글을 쓰는 주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글을 쓸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불평하지 말고 좀 더 공부를 한 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국가의 품격, 세계에서 국가의 위상 등에 관해 잘 모르거나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이면서 해군에서 오래 근무하였고,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로 계시는 차윤 교수님의 글이 1 8일 월간조선 전문가 칼럼에 실려 소개해본다. 평소에 이 분이 기고하는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다같이 읽어보고 대한민국의 국제위상과 21세기를 준비할 자세를 고민해 보자.

요즈음처럼 ‘글로벌’이란 말이 자주 쓰여지는 때도 없었던 것 같다. 너도 나도 ‘글로벌’이란다. 하기야 ‘폐쇄성’이 제일 큰 문제가 되었던 오랜 과거가 있었기에 ‘글로벌’ 이란 말이 유행처럼 쓰여지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할는지 모른다. 그런데 ‘글로벌’이란 말의 개념을 바르게 알고나 쓰는지 갸우뚱해질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재벌그룹의 총수들이 새해를 맞이하면서 결의를 다지는 자리에서 “올해는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는 해…” 또는 “새해에는 글로벌 선두업체로 도약하는 해…”라던가 “올해는 움 추리기보다 글로벌 공격경영을…” 심지어는 “올해는 글로벌 영토 확장…”이란 표현까지 쓰고 있다. 뜻이 안 통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를 삼을 만큼 잘못된 용어사용법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런 말들을 마구 쓰고 있는지

궁금 할 뿐이다.

필자가 그 동안 글로나 말로 접해 본 ‘글로벌’ 또는 ‘글로벌리제이션’ 이란 표현의 대부분은 한결같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것’ ‘우리의 시장을 다양화 해나가는 것’ ‘한류를 이용하여 우리 것을 세계화 하려는 것’ 등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모두가 국력신장 하겠다는 뜻이고 자신이 있다는 표현이기에 우리로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생각 있는 외국사람들과 접하다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른바 ‘글로벌’과 그들이 감지하는 ‘글로벌’ 사이에 상당한 갭이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애당초 ‘글로벌’이란 말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였다고 생각한다. 즉 대외의존도가 극심한 우리경제의 활로를 확보하고 국제사회에서 존경까지는 못 가더라도 인정을 받는 국격을 갖추려고 하면 우리의 생각, 생활방식, 가치관만을 고집해서는 따돌림을 당할 수 있을 것이기에 우리 것을 다소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국제사회(특히 선진국)가 인정하고 받아주는 기준 즉 ‘글로벌 스탠더드’ 에 맞추어 나가는 것이 우리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 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가 사용하는 ‘글로벌’이란 말이 국제사회에서 다른 뜻으로 오해를 받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그 ‘글로벌 스탠더드’ 란 무엇인가. 그것은 첫째가 투명성(Transparency)이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감추는 것 없이 투명해야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공평성 (Fairness)이다. 받으면 줄줄 알아야 하고, 모든 일에는 반드시 대가지불이 있는 법이며, 공짜란 있을 수 없다는 말도 된다. 하다못해 대화에 있어서도 혼자 떠들어 대는 것은 환영 받지 못할 뿐더러 때로는 병신 취급 당할 수도 있다. 셋째는, 효율성(Efficiency)이다. 시간관념, 표현력, 불필요한 겸손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넷째로, 임감(accountability)이다. 최근에 와서 이 책임감 속에는 도덕성과 섬김의 리더십(Serving Leadership)을 포함시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끝으로 다양성에 대한 수용도를 말한다.

여기에는 문화적, 인종적 다양성에 대한 수용능력뿐만이 아니라 적응력을 중시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의식 즉 국제적 예법이 크게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사람이 가장 취약한 분야 이기도 하다. 이렇게 놓고 볼 때, ‘글로벌’이란 말을 예사로 쓰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이러한 뜻을 생각하면서 쓰고 있는지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글로벌’이란 말이 우리를 과시하는 말이기보다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 훈련을 쌓아가야 할 규범에 해당하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런 말을 할 때면 의례히 듣는 반응이 있다. “우리가 지금 꿀릴 것이 뭐 있어. 이만하면 잘 해나가고 있는데… 왜 자꾸 기 죽이는 소리, 찬물 껴 얹는 소리만 작작 하는 거야…” 한국이 OO도 세계제일, OO도 세계최고, 경제위기극복도 세계제일, G20정상회의유치, 원자로수출성공, 세계 최고층 건물성공 등을 나열하면서 마치 한국이 이미 ’글로벌 파워(Global Power)’ 라도 된 듯이 소리를 높인다.

여기에 대해서 나의 답은 항상 이렇다. “좋은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이고 축하할 일이지. 그러나 이러한 성공이 일시적인 성공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 아닌가. 그렇다면 더 멀리 봐야지.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좋지만, 멋지고 존경 받는 승리자가 되어야지… 뭐? 내가 기를 죽인다고? 국격을 높이자는 이야기인걸 몰라?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대접받아가며 발전하려면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미움을 사거나 싫어지는 나라가 돼서는 안될 것 아닌가. 미움을 사거나 싫어지면 결국 고립되고 고립되면 망하는 것 몰라?

“우리는 가끔 너무 순진해서 외국사람들이 ‘예의’로 칭찬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하곤 하는데 분별력이 없어 탈이지. 진짜로 칭찬하는 거라면 가까이 올 것이지 칭찬해놓고 오히려 피해 가는 것 보고도 눈치채지 못 한단 말이야… 우리끼리는 그렇게 눈치가 빠르면서도, 어째 이런 눈치는 못 차릴까… 누가 그런 말을 하던데… ‘한국의 저질 정치가 앞으로 한국의 경제를 잡아먹게 될 거라고…’ 왠 줄 알아?

몰지각한 부모들이 자식들을 오냐 오냐 하고만 길러내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가르치지 않고 무조건 ‘기()살리기’에만 신경을 쓴 결과, 자기만 알고, 죽도록 타협할 줄 모르는, 고집불통의 세대를 탄생시켰지. 이들이 국회까지 나가서 하는 짓 이라곤… 잘 보고 느꼈겠지만 말이야. 국가도 마찬가지야… 기 안 죽이려고 칭찬만 냅다 하면서 내버려두면 결국 국제사회에서도 지금처럼 개망신만 하고 말 것일세. 그러기 전에 할말은 해야 하고 때로는 정신차리라고 찬물 또 껴 얹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해.



현재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열심히 살고 있지만 인생 말년에 유럽여행을 해보고, 소설 책 한 권 쓰는 것이 소원인 친구가 있다. 어릴 적 감수성이 예민한 이 친구는 또래보다 조숙하여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시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나의 상상을 뒤로 한 채 지방의 어느 기업 회계담당 직원으로 살고 있다. 가끔씩 시처럼 아름다운 글을 보내주어 이 친구가 아직 꿈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어제 친구에게 받은 글을 보면서 삭막한 생활 속에서 고향을 다시 떠올려 본다.

 

연말연시, 이 맘 때가 되면

산골소년이었던 제 유년시절이 떠오릅니다.

제 고향에서 읍내장터로 나가는 길은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의 남쪽고개를 넘어야 합니다.

어머니가 읍내장터에 가시려면

새벽에 일어나 한참을 버스를 기다려야 하지요.

어머니가 읍내장터에 가시는 날에는

언제나 꼬옥 제 선물을 사 오십니다.

그때마다 더 좋은 아들 선물 고르다

어머니는 버스를 놓치곤 했지요

이른 새벽 내뿜는 하얀 입김이 희망처럼 보입니다.

새벽어둠을 뒤로하고 이윽고 어머니가 버스를 탑니다.

그 버스가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산 고개를 뉘엿뉘엿

넘어가다 이윽고 제 시선에서 사라져 버리면

, 점심 식사도 잊고 온 종일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어느새 오후가 되고, 어머니가 돌아올 시간이 되면

저는 먼 산 고개를 바라보며 버스를 기다립니다.

그렇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습니다.

가끔씩 지나가는 트럭들이 얄밉고 싫었습니다.

그 간절한 기다림에 지쳐본 사람은 압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그리며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며, 또 얼마나 힘겨운지를......

예정시간 무렵, 버스 한 대가 산 고개를 넘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마을 쪽으로 힘겹게 달려옵니다.

이제 어머니가 오시려나, 오늘은 무슨 선물을 사 오시려나

부푼 기대감과 설레임에 긴 기다림은 눈 녹듯 사라집니다.

그러나 마을어귀에 버스가 도착하고

다시 북쪽의 산 고개를 향해 출발하도록

어머니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습니다.

오늘도 또 버스를 놓쳤나 봅니다.

1시간에 한 대 꼴인 버스를 놓치고

아마 어머니는 읍내 버스정류장에서

또 하염없이 다음 버스를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어머니를 기다리는 철없는 아들의 기다림도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기다림도 불편하거나 고단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향한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날 늦은 오후 햇살이 산 고개를 타고 오르고

눈부신 저녁 석양이 낮게 깔린 하늘에 그려지면

흙먼지 바람에 추위도 잊고 버스를 기다리던

아들의 눈에 산타 같은 버스가 고개를 넘어 옵니다.

어머니도 멀리서 차창으로 정류장에서 서성이는 아들을 찾습니다.

버스가 산을 두어 바퀴 휘돌아 내려오는 동안

아들은 하루 종일 굶주린 기다림에 드디어 허기를 느끼지만

버스에서 내리는 어머니를 보는 순간

어머니의 손에 들린 선물을 보는 순간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 강아지처럼 날뜁니다.

 

우리가 한 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한 해를 맞는 것이

이처럼 부푼 희망과 간절한 기다림 속에

정류장에서 교차되는 순간이었으면 합니다.

온 종일의 기다림 끝에 버스가 산 고개를 넘어오듯

시간이란게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기다려 주고

다시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절약해서 쓸 수 있지만

이 시간만은 절약해 쓸 수 없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어머니가 읍내에서 버스를 놓치고

1시간을 다시 기다려야 하듯이 때를 놓치고 말면

속절없이 기다려야 하는 게 인생인가 봅니다.

 

이처럼, 나이 들어가는 즐거움이란

추억을 복습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새해에는 더 아름다운 추억을 장만하렵니다.



살면서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기본적인 도구가 이다. 하지만 처럼 이 많이 생기고, 인간관계를 복잡하게 하는 것도 많지 않다. 사람간의 오해도 에서 생긴다. 어떤 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평생 5백만 마디의 을 한다고 한다. ‘을 잘 하는 것은 세상 사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만, 간혹 을 잘하는 사람이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것을 자주 본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몇 가지 대화의 원칙을 살펴보자.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말고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의 주제를 자신에게만 맞추면 상대방은 흥미를 잃게 되고, 자연스럽게 화를 내게 된다. 명시적으로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다음에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무조건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시키려고 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 위주로 대화를 이끌어간다. 하지만 이 대화방법은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대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는가? 대화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다.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하면 대화를 하는 도로는 4차선으로 넓어져 어떤 주제라도 원활하게 소통되지만,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실낱 같이 좁아져서 사소한 차이로도 서로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상대방이 원하는 대화의 주제로 듣고 싶은 하는 말을 하도록 노력한다.

둘째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집중을 해야 한다. 대화의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가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말을 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이가 많던 자기보다 잘 났던 관계없이 눈을 응시하고 말을 한다. 사실 이러한 태도를 건방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는 것은 지나친 경계이고, 어떤 사람은 건방지다고 하지만 이는 상대방이 자신의 지위나 나이 때문에 교만해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지루해하거나 대화를 이어가기 원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중단하거나 다른 주제로 옮겨가도록 한다. 상대방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대화를 지속하는 반대의 경우라면 중단해달라는 의사표현을 하도록 한다. 직접적인 말로 해도 되고, 지루한 표정을 짓거나 자리를 뜨는 등 행동으로 표현해도 된다. 가끔씩 천마디 말보다 하나의 행동의 결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지루한 대화를 이어가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상대방이 한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다가 다시 물어보는 것이다. 중요한 포인트인데, 상대방이 듣는 척하였는데, 기억을 하지 못하면 말을 하는 사람은 기분이 나빠진다. 차라리 듣지 않겠다고 중간에 선언한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왕 대화를 하고 있다면 한 번 한 말을 두 번 다시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집중해서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한다.

셋째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하지 않도록 한다. 상대도 알고 나도 아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 특히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주 중요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부드럽게 한다. 부정적인 말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말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도록 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도 다르다. 그러한 차이를 무시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의 말을 평가해서도 안 되고, 할 필요도 없다. 나는 대화를 하는 상대방이지 그 사람의 말을 평가해야 하는는 재판관이 아니다.

그리고 항상 자신을 낮추도록 한다. 대화에서 겸손한 것이 무식하거나 모자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자만심과 교만, 거만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해칠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대화를 어렵게 한다. 강한 것을 이기는 방법은 더 강한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부드러운 것으로 상대하는 것이다. 세찬 폭풍우를 이기는 것은 강한 나무가 아니라 연약한 갈대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자신을 낮추는 것이 더 큰 아량으로 더 넓은 지식으로 상대를 포용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새해 첫날부터 한 해를 준비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본다. 속세를 떠나 신선이 되려고 하지 않는 이상 중생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말이 아닌가 싶다. 인간관계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어떤 말을 하고 하지 않아야 하는지, 어떻게 말을 잘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고민은 많이 하지만 자신에게 적합한 뾰족한 해답을 찾기란 어렵다. 지난 한해 각박한 경제현실 속에서 서로 자신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상대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고 본다. 올 한해는 을 맵시 나게 하도록 노력을 해 보자. 말로 먹고 사는 정치인과 언론인이 제일 먼저 모범을 보여 실천해 주었으면 바란다.


▣  지리산을 떠나면서 - 저자의견 및 칼럼소개 - 2009. 11. 19. 13:57

지리산에서 가을을 보낸 지도 벌써 한 달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로 정신 없이 보냈는데, 마지막도 부산하다. 처음에 내려 올 때는 계획도 많았는데, 제대로 해본 것이 하나도 없다. 누군가 계획은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세운다고 했는데, 그 말이 내 상황에 너무 맞는 것 같다. 무수한 계획이 부서지면서 마음이 복잡하기도 하였다. 일을 하면서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였지만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몇 가지 주요 교훈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무슨 일이던 배우기는 어렵지만 제대로 된 스승만 찾으면 배우기란 쉽다. 아무리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 일이라도 지식과 경험이 없다면 제대로 하기란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이 그 일을 가르쳐 줄 선생님을 찾는 것이다. 물론 능력이 뛰어나고 천재라고 한다면 스스로 알아서 깨우치겠지만 남으로부터 배우는 것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나는 천재가 아니라서 일을 가르쳐줄 사람을 찾았고, 다행스럽게도 발견할 수 있었다. 주위에는 마음만 먹고 찾는다면 어떤 분야이던 자신을 가르쳐줄 스승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모든 스승이 번듯한 직장에 박사학위를 가질 필요는 없다. 단지 자신의 분야에서 오랜 기간 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으면 족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입견으로 스승을 찾기 때문에 제대로 된 스승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점은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는 우선 선생님이 하는 말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조금 안다고 나의 짧은 지식으로 가르쳐 주는 내용을 재단하거나 해석하면 오히려 시간이 더 든다. 많은 사람들이 시건방지게 가르쳐주면 자신이 조금 아는 지식으로 참견을 하거나 훈수를 두려고 하는 것이다. 가르쳐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장 견디기 힘든 모욕이다.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진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이 있게 마련이고 그 감정을 잘 통제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성인군자가 아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기 어렵다. 기분이 나쁘면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분야에서 초지일관 전문적인 능력을 키워온 사람이라면 더욱 배우는 사람의 자세를 따진다. 우선 인간이 되어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의 중요성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편하고 싶다. 속담에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는 말이 있다. 시간만 지나면 당연하게 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던 시간만 보내면 된다. 그러나 고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주어진 인력과 시간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을 시키는 사람이 일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을 모르더라도 리더십은 없어서는 안 된다. 일은 하면서 배우면 된다. 태어나면서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리더십은 일을 배우는 것처럼 쉽지 않다. 천성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아무도 어려운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해야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한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리더들은 반대로 한다. 자신은 깨끗하고, 안전하고, 쉬운 일만 하려고 한다.

지리산에서 한 달은 나에게 매우 의미가 깊다. 요즘처럼 바쁜 시절에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머무르지는 않았는지 내심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본다. 관련자들을 보면서 그동안 내가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왔던 것들도 특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보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다. 이제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많은 일을 처리해야겠지. 책의 교정도 봐야 하고, 틈틈히 정리해두었던 원고도 다듬어서 책도 내야 한다. 몸은 지리산에 있었지만 마음은 항상 서울에 있었고 무엇인가 걱정거리를 가지고 고민을 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부질없는, 할 필요조차 없었던 걱정거리를 가지고 고민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직도 깨달음을 얻기까지 너무 먼 길이 남은 것 같다. 하지만 열심히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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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에서 늦가을을 보내면서 - 저자의견 및 칼럼소개 - 2009. 11. 10. 13:59

요즘 단풍이 유난히도 곱다. 설악산에는 단풍이 이미 다 떨어졌다고 하는데, 남쪽 지리산에는 단풍이 많이 남아 있다. 올해 무슨 복이 터졌는지, 고향 지리산 근처에서 가을을 보내게 되었다. 그것도 무려 한달 간이다. 어릴 적 떠난 후 수십 년간 명절에만 가끔씩 힐끔 쳐다보고 지나쳤는데 올해는 평생 볼 지리산 풍경을 다 보는 것 같다. 수십 년 객지 생활로 어머니도 자주 뵙지 못했는데, 이 참에 매일 매일 뵙게 되어 다행이다.

일이란 것이 단순해서 머리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도 좋은 점이다. 그동안 책을 쓰니 강연을 하니 하면서 머리가 복잡했는데, 며칠 단순반복적인 일을 하면서 머리가 가벼워졌다. 일과 관련된 까다로운 감독관이 있지만 그래도 그 양반 덕택에 일에 집중하느라 잡생각이 들지 않는다. 세상에 나쁜 점이 있으면 그 만큼 좋은 점도 있는 모양이다. 벌써 한 달여 같이 티격태격 거리다 보니 미운 정 운 정이 들게 된다. 본시 천성이 나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지리산 자락을 감고 도는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지리산 계곡을 올라간다. 어떤 날은 안개가 자욱이 끼었고, 어떤 날은 오늘처럼 가을비가 부산히도 내린다. 어떤 날은 새벽에 지는 달을 보면서 강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동쪽에 해가 떠올라 해와 달을 동시에 보기도 한다. 어릴 적 농사지을 때를 빼면 이렇게 새벽부터 움직이기는 처음이다. 산을 오르면서 막 떠오르는 해에 비친 붉은 단풍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들판에는 농부들이 수확한 볏짚을 묶으면서 아침 해를 맞는다. 지리산 가을은 운해가 자주 끼지는 않지만 가끔씩 비 온 후에 끼는 운해는 멋지다.

오전에 일 좀 보고 섬진강 재첩국이 맛있다고 해서 여러 집을 순례했지만 내 입에 딱히 맞지는 않는다. 하동에 오면 꼭 원조 재첩국을 먹어야지 결심을 하였지만, 한달 째 제대로 된 집을 찾지 못했다. 내가 운이 없는 것인지, 옛 맛을 지키는 집이 없는지 모르겠다. 바닷물이 하동까지 올라오면서 섬진강에서 재첩이 많이 잡히지 않아 걱정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기후변화가 이런 것에까지 영향을 미치는구나 하고 생각을 한다. 좋은 재첩이 잡히지 않아 재첩국이 맛이 없는 것인지, 정성 들여 재첩국을 끊이는 사람들이 없어졌는지 모르겠다. 재첩국에 실망은 하였지만 섬진강변을 따라 잘 정돈된 차 밭을 보면서 이국적인 향수를 느끼기도 한다.

일을 마치고 오후에 내려오면서 구례에서 다슬기 탕과 다슬기 수제비를 먹었는데, 이 놈은 맛이 제대로 있었다. 요즘 다슬기 철이 아니라서 여름에 잡은 다슬기를 냉동실에 넣었다가 해동해서 쓴다고 하는데, 맛을 제대로 났다. 하동과 구례가 경계인데, 음식맛은 너무 많이 차이가 난다. TV에 많이 나오는 집에서 먹은 다슬기 탕은 실망이 컸고, 동네 주민들이 추천한 다슬기 수제비집은 다음에 가족을 데리고 오고 싶을 정도로 많이 있었다. 이미 상업화된 집에서 깊은 맛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비도 부슬거려서 하동 솔잎 한우집을 들렀다. 몇 번이나 지나쳐 가면서 언제 한번 들러서 먹어야지 하였는데, 오늘 마침 시간이 났다. 손님도 많고 방송국에 근무하는 친구가 추천을 하기도 해서 들렀지만 대실망이었다. 고기는 질겼고, 음식도 형편없었다. 지천에 늘린 것은 푸성귀이고, 질 좋은 쌀일 것인데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반찬도 무성의하고, 밥은 질고 퍼져서 먹기에 힘들었다. 소문난 집에 먹을 찬이 없는 셈이었다.

출장을 다니고 객지를 떠돌아다니는 것은 힘든 노동이다. 이런 노동을 견디게 하는 것이 철 따라 찾아 먹는 향토음식인데, 이번 출장은 영 아니다. 눈은 즐거웠지만, 입은 조금도 즐겁지 아니했다. 그래도 지리산 구경은 실컷 했으니 만족한다. 산청과 함양, 남원 쪽 지리산은 계곡 계곡 많이 돌아다녔지만, 하동과 구례 쪽은 많이 다니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가 너무 좋았다. 산은 좋은데, 사람과 음식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여정이었다. 좋은 산천에 사람마저 좋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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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을 아름답게 보내려면 - 저자의견 및 칼럼소개 - 2009. 8. 15. 14:13

더운 여름이 이제 서서히 가고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에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계절을 인생에 비교하자면 여름은 젊음이고, 가을은 중년이 된다. 후배가 자기 회사에서 직원끼리 돌려보는 좋은 글이 있다고 하여 보내왔다. 조직과 사회, 가정에서 치열한 젊음을 보내고 이제 중년에 접어든 사람의 고뇌가 가슴으로 느껴진다. 최소한 아래의 내용을 하루 한번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면 조금 더 알차고 행복한 중년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젊음을 부러워하지 마라.
질투는 몸만 아니라

마음까지 병들게 한다.

움켜쥐고 있지 말라
.
너무 인색한 중년은 외로울 뿐이다
.
돈을 잘 쓰는 법을 배워

인생을 아름답게 하라.

항상 밝은 생각을 가지라
.
중년기의 불안과 초조는

나를 나약하게 하고 게으르게 한다.

남에게 의존하지 말라
.
의존하기 시작하면 인생은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감정에 솔직하라
.
젊은 척, 아는 척, 부유한 척
,
3척은 왕따의 원조다
.

신앙을 가져라
.
신앙생활은 인생의 석양을

한결 우아하게 만든다.

아무 일에나 참견하지 말라
.
이제 참견보다는

후원과 격려가 그대에게 어울리지 않는가...

자신에 대한 연민에서 벗어나라
.
나만큼 고생한 사람
,
나만큼 외로운 사람
,
나만큼 노력한 사람
,
등의 표현을 삼가하라
.
그대만큼 고생하지 않은 중년이 있던가
...

인생의 계획을 세워라
.
이제는 인생을 관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체념할 것은 빨리 체념하라
.
지나간 것들은 언제나 그리운 것
.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에 충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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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늦어서 못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 - 저자의견 및 칼럼소개 - 2009. 8. 7. 14:31

태풍이 온다고 어제 저녁부터 비가 내렸다. 한창 더워야 하는 8월 초순인데 긴 장마덕에 시원하더니만, 이제부터 더울 것이라 걱정했는데 태풍이 더위를 식혀줘서 어젯밤도 편하게 잤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연을 다니면서 나는 항상 자신의 인생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주변 환경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해야 하고, 앞으로 남은 인생도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주지시키려고 노력한다.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메일을 열어보니 연세가 드신 선배님이 좋은 글을 보내주셔서 소개한다.

어느 인생의 끝맺음

노인학교에 나가서 잡담을 하거나 장기를 두는 것이 고작인 노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장기 둘 상대자가 없어 그냥 멍하지 있는데, 한 젊은이가 지나가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냥 그렇게 앉아 계시느니 그림이나 그리시지요?”

내가 그림을? 나는 붓 잡을 줄도 모르는데….”

그야 배우면 되지요

그러기엔 너무 늦었어. 나는 이미 일흔이 넘었는 걸.”

제가 보기엔 할아버지의 연세가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더 문제 같은 데요.”

젊은이의 그런 핀잔은 곧 할아버지로 하여금 미술실을 찾게 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지도 않았으며 더욱이 그 연세가 가지는 풍부한 경험으로 인해 그는 성숙한 그림을 그릴 수가 있었습니다. 붓을 잡는 손은 떨렸지만 그는 매일 거르지 않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새로운 일은 그의 마지막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장식해 주었습니다. 그가 바로 평론가들이 미국의 샤갈이라고 극찬했던 해리 리버맨입니다. 그는 그 후 많은 사람들의 격려 속에서 죽을 때까지 수 많은 그림을 남겼으며 백한 살 스물 두 번째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삶을 마쳤습니다. 사람의 인생은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말은 쉽지만 이렇게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30대 후반만 되어도 꿈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인생이 이미 끝났다고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물론 작금의 우리 사회 실정이 그렇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 구조조정, 불안한 미래, 경제의 양극화, 정치 지도자의 무능, 정치인의 부패, 경제인들의 부정 등 열거하자면 너무 많아 오히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누구나 세상에 한번 태어나고 죽으면 끝이다. 죽어도 이름을 남기고, 사랑하는 자식도 남기지만 죽은 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다. 자신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던 자신의 현재 인생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절대 인생에 실망하거나 좌절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가진 것이 적다고, 건강하지 못하다고 불평만 해서는 안 된다. 어떤 변명을 하고 핑계를 만들어 자신을 합리화 한다고 해도 자신의 인생 주인은 자신이므로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오늘부터라도 잃어버린 꿈을 다시 세워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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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술집에 걸린 글을 읽고 - 저자의견 및 칼럼소개 - 2009. 7. 25. 14:35

올해부터 기상청이 장마예보를 하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어느덧 지루한 장마도 지나가는 것 같다. 어제는 지방강연을 다녀오면서 좁은 국토에서 기후변화를 몇 번이나 경험하였다. 서울을 출발할 때는 맑았는데, 죽령고개를 넘을 때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죽령을 넘고 문경을 지나면서 햇볕이 따가웠다. 물론 강연을 하고 돌아오면서도 고갯마루마다 이슬비가 쏟아지는 경험을 하였다. 부슬비가 내리는 날에는 어느 길가의 막걸리 집에서 파전을 안주 삼아 동동주를 마시고 싶은 유혹을 자주 느끼게 된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이런 호사를 부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메일을 열어보니 선배님이 어느 선술집에 걸려있는 글이라고 아래의 글을 보내주셨다.

 

친구야! 이쁜 자식도 어릴 때가 좋고
마누라도 배꼽 밑이 즐거울 때가 부부 아니냐.
형제간도 어릴 때가 좋고

벗도 형편이 같을 때가 진정한 벗이 아니더냐.

돈만 알아 요망지게 살아도 세월은 가고
조금 모자란 듯 살아도 손해 볼 것 없는 인생사라
속을 줄도 알고 질 줄도 알자.
내가 믿고 사는 세상을 살고 싶으면

남을 속이지 않으면 되고

남이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면 나 또한
가까운 사람에게 가슴 아픈 말 한 적이 없나
주위를 돌아보며 살아가자.

친구야! 큰 집 천 간이라도
누워 잠 잘 때는 여덟 자 뿐이고
좋은 밭 만 평이 되어도 하루 보리 쌀 두 되면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 세상이니

몸에 좋은 안주에 소주 한 잔과
묵은 지에 우리네 인생을 노래하세.
멀리 있는 친구보다

지금 당신 앞에 이야기 들어줄 수 있는
친구가 진정한 사람이 아닐까?

 

- 어느 선술집에 걸려있는 글 -

 

구구절절 모두 가슴이 와 닿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향이 생각나고 친구가 그립다는 말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서 막걸리 한잔이라도 걸치고 싶게 된다. 가만히 둘러보면 벗도 형편이 같을 때 진정한 벗이 아니더냐라는 글 처럼 친구도 형편이 같고 생각이 같을 때 편안하고 친구로 느끼게 되는데, 오랜 세월은 친구 간의 형편이 같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모진 세월의 풍파를 다 겪어보았으리라 미루어 짐작이 된다.

술을 좋아하다 보니 술집에 가면 먼저 벽면에 누가 글을 남겼는지 보면서 먼저 거쳐간 손님들의 발자취를 한번 보는 습관이 있다. 요즘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이 다녀갔다고 사인을 해 놓고 사진을 남겨놓은 음식점이 많은데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차라리 이름없는 수 많은 주당들이 남겨놓은 글을 읽으면서 동질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나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술꾼들이 똑같지 않을까 생각된다. 안빈낙도하는 소박한 삶 속에서도 사람 사는 멋과 정을 느낄 수 있다면 이 세속이 진정 낙원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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