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라
1. 반도체 사업 기로에 서다.
2. 일본 부품업계가 담합하고 있다.
3. 특허경영도 양보다 질로 승부
4. 플랫폼 개발 전략이 절실
5. 디지털시대의 경쟁력은 혁신과 속도
6. 제품의 품질은 창의적 기업문화에서
5. 디지털시대의 경쟁력은 혁신과 속도
아날로그시대에서 전자업계의 강자는 단연 일본 기업이었다. 1980~90년대 소니, 도시바, 샤프, NEC, 히다치 등의 전자제품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한발 앞선 기술개발과 소비자 친화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놓지 않았다. 일본 기업이 구축한 체계적인 유통망과 한 번 쌓은 브랜드 인지도는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아날로그시대가 끝나고 디지털시대가 되자 상황은 바뀌었다. ‘경험과 기술’이 주도하던 전자업계에 ‘혁신과 속도’가 핵심 경쟁요인으로 부상했다. 경험과 기술이라는 일본의 강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였다.
일본은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매뉴얼에 집착했고 기술개발에만 전념했다. 소비자에게 이로운 기술만 개발하면 소비자가 알아서 선택할 것이라고 착각했다. 한발 더 나아가 기술로 소비자의 요구를 관리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고 자만했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일본 기업이 기술력에 자만하는 사이 삼성은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다. 전자제품의 핵심 소비계층인 젊ㅇㄴ 이들은 기술력보다는 디자인과 기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휴대폰만 보더라도 통화품질 향상에만 집중한 일본 기업과는 달리 삼성을 벨소리, 일정관리, 전화번호부 등 부가적인 기능을 개발했고, 소비자가 선호할 디자인을 설계했다. 이런 노력으로 애니콜 신화가 탄생한 것이다.
삼성의 혁신을 가능하게 한 또 다른 요소는 무모하리만큼 과감한 투자결정으로 획득한 속도이다. 변화의 흐름을 탈 수 있는 빠른 의사결정으로 민첩성까지 확보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일본식 경영이나 ‘단기적 성과와 주주배당에 집착’하는 미국식 경영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것이 오너경영의 장점이라고 치켜 세우지만 삼성으로서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보는 편이 옳고, 결과가 좋았다고 해서 칭찬만 할 일은 아니다. 오너의 독단적인 결정은 다른 주주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고, 잘못된 결정을 필터링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한번 잘못한 결정으로도 쉽게 망할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보수적 관리문화를 가진 것이 삼성의 기업문화라고 평가하면서 속도와 민첩성을 갖췄다고 평가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상대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보수적인 일본 기업, 오너의 권한이 작은 미국 기업과 비교해 오너 중심의 삼성은 속도와 민첩성에 관한 경쟁력을 확보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 또한 의사결정의 과감성과 독단이라는 사회주의 체제의 장점을 포기하지 않고 자본주의를 받아 들인 중국 기업의 경영진과 비교한다면 비교우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중국 기업이 삼성의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문화4.0;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 민진규 저(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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